붙이긴 쉬워도 끄기 어려운 원전 불꽃

Goodnews BUSAN 670 - 고리원전 1호기 영구 가동 정지, 남은 과제는…

2017-07-14     주간기쁜소식

지난 6월 19일 0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되었다. 
수년간의 갈등과 논란 끝에 내려진 결정이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원전해체’라는 큰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다. 

원전해체 기술, 우리나라는 80%의 기술 수준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가 오랜 논의 끝에 가동이 영구적으로 중단되었다. 하지만 이는 더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세워서 가동하는 것보다 가동을 중단시키고 완전히 해체하는 과정이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 일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전 세계에서 수명이 끝나 가동을 멈춘 원전은 149기이지만, 이 중 해체가 완전히 끝난 원전은 19기 뿐이다. 국내에도 고리 1호기를 포함해 가동 25년을 넘긴 원전만 9기이다. 
원전해체 기술의 필요는 세계적 추세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분야의 시장가치를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전해체 경험을 가진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뿐이다. 원전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화학공학, 전자기계, 환경공학 등 58개의 기술들이 모여야 가능한데, 현재 우리나라는 약 80%의 기술만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해체센터’ 설립,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부산대 기계공학부 안석영 교수는 “고리 1호기 해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며 “여러 추산이 있지만 적게는 400조 원대의 원전해체 시장이 2030년이면 열리게 된다. 지금 고리 1호기의 해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파이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렇지만 당장 블루오션이 열린다는 성급한 생각은 위험하다”며 “우리 원전은 적어도 우리의 기술로 해체하겠다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전해체가 어려운 이유는 방사성 폐기물 때문이다. 고리 1호기의 원자로는 이미 정지했지만 지금도 내부의 핵연료는 90도 정도로 뜨겁다. 이 열을 최소 5년은 더 식혀야 다음 작업이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해체작업이 빨라도 15년은 걸릴 것이고 비용도 650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수력원자력 내 해체기술 연구 인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관련 연구팀을 모아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원전을 ‘짓던’ 시대에서 ‘해체하는’ 시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당장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 위기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부산/ 조현진 기자 busan@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