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관객이 하나 되는 부산 비엔날레

Goodnews BUSAN 636

2017-03-02     주간기쁜소식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회인 ‘2016 부산 비엔날레’가 지난 9월 3일부터 11월 30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 두 곳에서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폐 공장 활용한 전시장, 작품과 절묘한 조화

‘2016 부산 비엔날레’는 지난 행사 대비 약 14% 증가한 관람객을 맞이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장이 담고 있는 스토리가 매력적이어서 관람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전시중인 고려제강 폐 공장의 경우 영어 ‘팩토리’의 첫글자 ‘F’와 처음 지어진 연도를 따 ‘F1963’으로 이름 붙여지며 훌륭한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지난 2008년까지 와이어로프 생산지였던 이곳은 산업현장의 역동성과 역사를 간직한 내부를 그대로 살려 대형 전시공간으로 변신했고 23개국 56개 팀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곳곳에서 보존과 재활용의 가치가 돋보인다. 1963년부터 그 자리에 서있던 낡은 기둥들에서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직원들이 흘렸을 수고의 땀방울과 지나간 세월들이 느껴진다. 또한 바닥 콘크리트는 폐기물 신세를 벗어나 대나무 숲 사이의 보도로, 의자로, 대형 커피 테이블로 변신했다.

예술과 대중이 더 친화될 수 있게 해야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에노키츄(ENOKI Chu, 일본)의 작품 ‘RPM 1200’의 60% 정도가 변형됐다. 하지만 비엔날레측은 오히려 이것이 현대사회의 불안함을 표현한 작가의 의도가 더욱 명확해졌다며 보수하지 않고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는 틀 안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혼혈하는 지구(Hybridizing Earth)’는 구글의 신기술 틸트 브러쉬(Tilt Brush)와 세계 최초로 협업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틸트 브러쉬를 사용하여 가상의 3D 공간에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한 이벨리쎄 과르디아 페라구티(이탈리아) 작가의 ‘Selvage’는 관람객이 전시장에 비치된 채찍을 흰 벽에 채찍질하는 행위를 하며 흔적을 남기는 작품이다.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진영원(28, 금정구 장전동) 씨는 “예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단순히 작품 감상자로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직접 그 작품을 표현할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엔날레 작품에 대해 ‘쉽다’ 보다는 ‘어렵다’ 쪽에 손을 드는 관람객들이 여전히 많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예술과 대중이 가까워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앞으로의 비엔날레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부산/ 고은비 기자 busan@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