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호사 품귀 현상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열악한 간호사 근무환경·처우 문제로 이직 심화 간호 인력 부족은 의료 서비스 악화로 이어져

2016-11-11     주간기쁜소식

최근 지방 중소병원들은 간호사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른바 ‘간호사 품귀 현상’으로 대형병원 및 수도권으로 간호사들이  몰리고 있으며 수도권 역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간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난 심각
 
얼마 전 대구의 한 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폐쇄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장 일반병실로 옮겨야 하는 말기 암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호스피스 병동을 폐쇄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간호 인력 부족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로 가는 것이다. 
이처럼 간호사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는 지방 중소병원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 경상남도가 최근 두 개의 병원에 대해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는데, 응급실 운영의 법정기준에 맞는 간호사와 의사의 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 응급의료 법률에 의하면 24시간 동안 운영되는 응급실은 의사 1명과 간호사 5명을 확보해야 하지만 최소 의료 인력이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응급실뿐 아니라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병동의 일부를 폐쇄하며 운영 병동수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교통 등 대부분 분야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으며 간호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간호협회의 ‘2015 지역별 의료인력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간호사 15만 8천여 명 가운데 46%가 수도권에서, 56%가 종합병원 이상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근무강도가 간호사를 일터에서 내몰아 
 
수도권 병원의 사정 또한 지방 병원과 다르지 않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시행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및 환자안전법 또한 간호사들의 업무 과중과 간호 인력 부족 사태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위해 간호사들을 대거 채용함으로 기존 병원 간호사들의 업무는 더 과중해져 이직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근무강도가 낮은 요양병원, 산후조리원으로의 간호 인력 유입도 병원 간호 인력 부족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국내 간호사 전체 면허 소지자는 33만여 명, 그러나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는 16만여 명이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 무너지는 환자안전’ 토론회에서 임은희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사무장이 “환자를 돌보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그렇게 일하다가 방광염에 걸렸어요”라며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증언했다. 일반인들이라면 믿기 힘들다는 입장이겠지만 간호사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일을 겪는다고 주장할 정도로 간호사들의 업무강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 간호사들이 이직하는 원인 중 38.9%가 근무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폭언, 폭행, 성희롱 그리고 임신순번제 등의 문화가 만연해 있다. 때문에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비단 지방 병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형병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간호사 공급이 아닌 이직 방지에 중점둬야
 
이에 우리 정부는 간호학과 신설 및 입학 정원 확대 정책을 펼쳐왔지만 간호사 품귀 현상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고령화시대와 만성질환 시대에 맞춰 간호사 양성 정책이 시급하다며 간호 인력 문제의 핵심을 간호사 공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도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간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문제의 해결책을 간호사 공급이 아닌 간호사의 이직 방지에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간호 인력 개발 프로그램’, ‘간호사 안전 인력 배치법’을 제정하는 등의 정책, 즉 처우 개선에 재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방 근무 간호사들에게 장학금 제도를 마련하여 대형병원으로 인력이 몰리지 않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 경영자들이 잘 훈련된 경력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그들이 환자 간호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