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겨울 우리 사회의 기부 온도는?

기부에 점점 인색해지는 우리 사회… 참여 늘리기 위한 노력 절실

2015-12-11     주간기쁜소식

2015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나와 내 가족을 넘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욱 절실하다. 혹한의 추위 앞에 소외된 이들을 향한 관심이 필요한요즘 우리 사회 기부 문화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았다.

Contents
▶ 1. 금년 겨울, 우리 사회의 기부 온도는? 
2. 돈도 재능도 나누니까 배가 되네요

미국의 기부 문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 

얼마 전 미국에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32)가 약 52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부하기로 해서 화제가 되었다. 30대 초반 젊은 억만장자가 통큰 기부를 하자 전 세계가 그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가나 유명 인사들이 거액을 기부하는 것은 미국사회에서는 흔한 일이다. 주커버그 이전에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있었다. 평범한 미국인들에도 기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미국인의 70% 가량이 평균 3,000달러(한화 350만 원) 정도를 기부했다고 한다. 
이런 미국의 남다른 기부 문화는 부자로 죽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그들의 경제관에서 기인한다. 또 부(富)를 하나님의 은혜라고 여기는 기독교적인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부 문화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영국의 자선단체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미국은 2위에 올라있고, 대한민국은 64위에 그쳤다. 세계 11위 경제대국(GDP기준)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기부 문화만큼은 아직 선진국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기부자 점점 줄어들어 아쉬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부 참여자 역시 매년 줄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중 지난 1년간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9.9%로 나타났다. 2011년 36.4%, 2013년 34.6%에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기부를 꺼려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63.5%로 가장 높았고,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15.2%, ‘기부 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10.6%로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하승균(35) 씨는 “뻔한 직장인 월급에 각종 대출을 갚고 나면 저축할 돈도 빠듯하다. 마음은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국민들 의견에 전문가들은 “꼭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라기보다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정부는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액 기부금의 기준을 현행 3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추고, 세액공제율을 현행 25%에서 30%로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 개정에 맞춰 기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미있게 기부하는 퍼네이션 인기 
 
최근 ‘퍼네이션(Funation)’이라는 새로운 기부 문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퍼네이션이란 재미(Fun)와 기부(Donation)의 합성어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고 재밌게 기부를 실천하는 문화를 뜻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게임 상에서 나무에 물을 주면 실제로 사막화가 심한 지역에 나무가 기부되는 등 IT기술·재미·기부를 접목한 형태가 대표적이다. 
본래 우리에게는 배려와 나눔의 문화가 있었다. 과거 까치 같은 날짐승을 배려해 감나무에 감을 남겨 놓던 까치밥이 그렇다. 또 부자가 3대를 못 넘긴다는 속담과는 달리 무려 300년 동안 10대에 걸쳐 부를 유지한 경주 최 부잣집도 좋은 사례다. 최 부잣집은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을 가훈으로 삼고 흉년이 들면 곡간을 열어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 때문에 늘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그것이 바로 오랜 시간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기부는 지출이 아니라 투자이고 나눔은 삶의 원동력이라는 어느 사업가의 말처럼, 기부를 통해 얻는 만족과 보람으로 올 겨울 대한민국이 따뜻해졌으면 한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