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면 가족과 고향이 더욱 그립죠”

설특집-① 북에 두고 온 여동생을 찾는 어느 실향민의 한 많은 사연

2015-02-15     주간기쁜소식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아물지 않고 있다. 특히 설날과 같은 민족의 명절 때면 실향민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고향이 더욱 그립다. 1948년 함경북도에서 월남한 강창자(79세)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어보았다.

설날이면 고향이 더욱 그리워지는 실향민들
 
작년 2월에 이뤄졌던 이산가족상봉행사 이후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상봉행사는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한 실향민들 중 많은 분들이 고령에 세상을 떠나고 있다. 2013년 12월 말 기준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는 총 12만 9,264명이며, 이 가운데 5만 7,784명(44.7%)이 사망하였고, 생존자 7만 1,480명 중 80세 이상 고령이산가족은 3만 7,769명(52.8%)이다. 1985년 첫 상봉 이후 19차례에 걸친 상봉행사를 통해 1만 9,000여 명의 실향민들만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산가족의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상봉행사의 조속한 재개가 요구되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는 이제 인도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실향민 한 분 한 분 가슴속 깊이 남아 있는 분단의 상처는 언제쯤 치유될 수 있을까? 
 
‘국제시장’ 영화와 같은 강창자 할머니의 이야기
 
설날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북에 있는 동생들이 더욱 그리워진다는 실향민 강창자(79세, 성남시 분당구) 할머니. 어머니가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두 여동생을 찾기 위해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찾기를 신청했다.
“원래는 제가 북에 남고 둘째 동생이 내려오기로 되었는데 만삭인 어머니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맏딸인 제가 내려오게 돼 운명이 뒤바뀌었죠” 해방 후 3년이 지난 1948년에 당시 만삭인 어머니는 다섯 자매 중 11살이었던 자신과 두 여동생을 데리고 앞서 떠난 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남으로 내려왔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발해 평양을 지나 내려오는 중 한차례 붙잡히기도 했으나 다시 안내원을 따라 해주를 지나 38선을 넘어 서해바다 썰물 때 밤새 걸어서 남쪽으로 들어왔다. 
서울에 도착 후 아버지를 찾을 길이 막막해 어머니는 남대문에서 며칠간 지나가는 사람들을 뚫어지게 바라봤지만 아버지를 찾지 못해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역 뒤에 있는 여관주인에게 딱한 사정을 얘기하던 중, 여관 방명록에서 아버지 글씨체로 보이는 주소를 보고 어머니가 깜짝 놀라셨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남긴 주소로 찾아가 아버지를 극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서울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뒤에 아버지가 우리들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여관에 주소를 남겼다고 했습니다. 피난민들 중에는 아이를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저희는 그나마 다행이었죠”라고 말했다.
6.25 전쟁 때는 한강다리가 끊어져 나룻배를 타고 다리를 건너 국군들과 함께 남쪽으로 걸어갔다고 한다. 이후 부산으로 피난 가 국제시장에서 어머니가 장사를 하고 당신도 좌판에서 돈을 번 것이 마치 국제시장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어렵게 돈을 벌면서 배움을 놓지 않고 천막 학교를 다녔다고 말하면서, 참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을 담담히 얘기했다. 
“저도 국제시장을 보면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보는듯해 많이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북에 있는 딸을 못보고 돌아가셨지만 동생들의 생사 확인만이라도 제가 꼭 하고 싶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는 설날 되길
 
대한적십자사(총재 김성주)에서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북측 가족에 대한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사망자가 증가함에 따라 매년 고령 이산가족 위로방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설에도 전국에 있는 고령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위로방문을 실시할 예정이다. 매년 설날이 되면 파주 임진각에는 북에 고향을 둔 많은 실향민들이 고향에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기 위해 모인다. 
이산가족의 문제는 단순히 실향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민족 모두의 일이다.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가 하루 빨리 이뤄지기를 모든 실향민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박정현 기자 cool@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