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마음과 갇히는 마음의 차이

2014-06-21     주간기쁜소식

며칠 전 둘째 아이가 집 앞 바닷가에서 소라게를 잡아왔다. 자그마한 게는 딱딱한 소라껍질 안에 몸을 틀어막고서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인도양을 바라보며 위치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선교하며 자주 이런 소라게를 보는데, 볼수록 생각이 깊어진다.
소라껍질을 집 삼아 들어가 사는 소라게는 몸집이 자랄 때마다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커간다. 그리고 보호처로 삼아 웅크려 살던 소라껍질에서 나와 껍질을 벗어버려야 한다. 조금은 위험해 보이지만 껍질 없이 다니다 큰 소라껍질을 만나면 다시금 들어가 살며 자라간다. 그렇게 매번 소라게는 위험과 부담을 넘어가며 등치가 커가고 몸집이 자라가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13년을 선교하는 동안 자주 자주 부담과 위험을 만났다.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그냥 안주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은, 소라게가 껍질에서 나오지 않으면 그 껍질 안에 꽉 끼어 갇히게 되듯 마음도 갇히기 때문이었다. 벗어버리고 나오지 않으면 그곳은 족쇄와 감옥이 되고 만다. 내 마음이 선교하며 커갈 때도 그러했다.


전희용 목사/ 탄자니아 다르에르살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