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들의 집단 실종 사태 그 원인은?
Goodnews GWANGJU 904
지구온난화로 꿀벌 군집붕괴현상 발생
봄꽃 개화 시기가 되면 각 종류의 곤충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꽃의 화분을 옮겨 식물의 종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이 가장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남부지역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꿀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양봉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꿀벌은 원래 기온이 떨어지는 11~3월 사이에 활동량을 줄이기 위해 동면에 들어가는데 이때 벌통에서 서로 뭉치면서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최근 동면 중인 꿀벌을 깨우려고 벌통을 열어보니 꿀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전남 장성군의 한 양봉 농장주는 “양봉업에 종사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벌이 한꺼번에 사라진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꿀벌이 사라진 원인 중 하나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날씨가 불안정해지자 일벌들이 계절을 착각하고 11~12월 낮 기온이 높아진 2~3시 사이에 꽃가루를 따러 나갔다가 급격한 일교차로 귀소하지 못하고 폐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일벌들이 돌아오지 못하면서 벌집에 남아 있는 유충과 여왕벌이 폐사하는 ‘군집붕괴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현장 기술지원 등 대책 강구
꿀벌을 위협하는 것은 이상 기후뿐만이 아니다. 올해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34개 시·군 양봉 농가 99호를 대상으로 꿀벌 피해 상황을 조사한 결과 꿀벌응애류(기생충), 말벌류에 의한 폐사,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 등 복합적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농촌진흥청은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 드론을 이용한 검은 말벌 조기 방제 기술 개발, 월동 꿀벌 관리기술 자료 발간 등 현장 기술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양봉 농가에 대한 대책을 강구했다.
만약 전 세계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식량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약 71%가 꿀벌을 매개로 열매를 맺는다.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최용수 박사는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 위기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번식을 못 하면서 탄소흡수량도 줄어들어 기후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꿀벌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라고 경고했다.
광주/ 노정선 기자 gwangju@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