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싸들이 ‘비건’에 열광하는 이유

MZ세대의 폭발적 관심과 가치소비라는 트렌드가 비건 문화 확산 주도

2021-05-22     주간기쁜소식

그동안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비건(Vegan)’이 최근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배경은 무엇이며 여러 세대 중 특히 MZ세대가 ‘비건’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MZ세대 62.8%, 건강관리 위해서 간헐적 채식

불과 얼마 전까지 누군가 자신을 ‘비건(Vegan)’이라고 소개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어서 채식주의자라고 부연 설명을 하면 ‘건강에 문제가 있냐’ 혹은 ‘종교적인 이유냐’라고 묻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화의 양상이 달라졌다. 자신을 ‘비건’이라고 소개하면 상대방은 간헐적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이라고 대답한다. 
그동안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비건’이 오늘날 빠르게 확산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비건’이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단어라고 알고 있다면 절반의 정답이다. 정확히 말하면 ‘비건’은 여러 채식 유형 중 하나다. 
▲평상시 채식을 하지만 종종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육류는 제외하되, 채식과 함께 가금류와 생선, 계란 섭취는 허용하는 ‘폴로’ ▲채식과 유제품, 달걀만 허용하는 유형은 ‘락토 오보’라고 부른다. ▲‘비건’은 가장 엄격한 채식 유형 중 하나로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보통 앞서 소개한 4가지 유형을 포함하여 총 일곱 단계로 채식의 유형을 구분한다.

(좌)로비건채식요리학원에서 비건 요리를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 (우)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비건 요리

새로운 트렌드인 ‘가치소비’도 한 요인 

전문가들은 최근 ‘비건’이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MZ세대(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세대)’와 ‘가치소비’라는 키워드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올해 초 대학내일20연구소가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명 중 1명(27.4%)이 간헐적 채식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건강관리를 위해서(62.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체중·몸매관리를 위해서(48.4%)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생겨서(22.3%) 순이었다. 
두 번째 키워드인 ‘가치소비’는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맞는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요즘 많은 이들에게 환경 보호와 동물과의 공존, 건강한 삶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치소비’와 ‘비건’이 연결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주말 기자는 서울 서초구에서 국내 최초의 채식·비건요리 전문 교육기관인 ‘로비건채식요리학원’을 운영하는 소나영(39) 원장을 만나 비건시장의 트렌드를 들어보았다. 소 원장은 “세계 비건시장은 매년 9% 이상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9년 15만명 정도였던 채식주의자가 2019년 150만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채식을 지향하거나, 간헐적으로 채식을 즐기는 이들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사람이 채식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비건 요리를 배우러 오는 분들을 보면 남녀노소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채식은 몸에 좋지만 맛을 내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레시피도 다양해지고, 대체육 제조 기술도 발달하면서 충분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학원에서 만난 수강생 오지원(34)씨는 “평소 비건 요리에 관심이 있던 중 우연히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등록하게 되었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빵이나 버터 등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채식주의자 7가지 유형

음식을 넘어 패션과 뷰티로 확대되는 ‘비건’

오늘날 ‘비건’은 식문화를 넘어서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비건’을 하나의 철학이자 문화로 규정하는 ‘비거니즘’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비거니즘이 소비 트렌드 전반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패션업계의 사례를 보면 2016년 구찌, 지미추를 시작으로 샤넬, 아르마니,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들이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뷰티시장에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약 40여개국이 화장품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있다. 
이은희(63)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 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소비자 역시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추구하는 기업과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MZ세대가 소비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면서 이제 기업들도 비건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비건’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가치관과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