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의 추억 잊지 말아요

박대수 작가의 훈훈한 ‘우체통 살리기’ 캠페인

2020-03-06     주간기쁜소식

과거 필수 통신 수단으로 활용되던 우체통.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체통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편지를 받으면 손수 그린 그림으로 답장하는 ‘우체통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박대수 작가를 소개한다.

20년간 70%가 사라진 우체통 살리고파

과거 우체통과 손편지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통신 매체로 활용됐다. 비록 손이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과 마음이 담긴 상대의 편지를 받는 순간에 느끼는 기쁨과 감동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러나 더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통신 수단들이 등장하며 이제 우체통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우체통을 통해 주고받던 우편물이 지난 2002년 55억 통에서 지난해 36억 통으로 35%가 줄었다. 이와 더불어 1999년에 4만개를 넘었던 우체통이 작년에 1만 1800여개로 줄어 20년 사이에 약 70%가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체통을 살리고자 지자체와 민간단체들의 우체통 살리기 프로젝트들이 등장한 가운데 박대수(37) 작가의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어릴 적부터 그는 어머니와 소통하기 위해 쓴 편지, 시골에서 온 할아버지의 엽서, 고민이 생겨 자신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 우체통을 그리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존에 설치된 우체통에 3개월 동안 편지가 없으면 철거가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누구보다 더 안타까워했던 박 작가는 우체통을 지키기 위해 고민 끝에 지난 2014년부터 ‘우체통 지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우체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는 누구든지 박 작가에게 손편지를 보내면 엽서에 그림을 직접 그려서 정성껏 답장을 보내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박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본인의 SNS 계정(인스타그램: marco_park)에 올려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있다.

예술가와 대중이 함께 만들어낸 예술 작품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박 작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중동의 쿠웨이트 등의 나라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고 있다. 박 작가는 매일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느낌에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가장 인상 깊은 편지에 관해 묻자, 박 작가는 “유치원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소망의 이야기를 담아 보내준 편지들”이라며 “이런 특별한 일들이 오롯이 간직된 우체통에 대한 추억을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 작가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엽서와 편지봉투, 우표 등을 모두 사비로 충당하고 있어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는 박 작가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우체통을 이용해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대중과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공의 예술 행위이자 공동의 예술 작업이다. 그래서 모든 편지는 예술 작품이자 소중하고 특별한 선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문보영 기자  moonby@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