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답답한 고민 들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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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답답한 고민 들어드려요~
줌인 손편지로 위로와 공감 전하는 온기우편함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11.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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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대부분 전자메일이나 SNS를 이용해 소식을 주고받기 때문에 그 편리함에 밀려 편지와 엽서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누군가의 고민에 대해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주는 특별한 우편함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각양각색의 고민과 사연 담은 익명의 편지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일이 너무 힘드네요’, ‘친한 친구와 요즘 멀어졌는데 어떻게 다시 예전처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이 저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지난주 기자가 찾은 서울 광진구 온기제작소 사무실 테이블에는 다양한 고민의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편지는 삼청동, 신림동, 덕수궁 돌담길 등 서울시내 6곳에 비치된 온기우편함에서 수거한 편지들이다. 누구나 고민을 담은 편지를 써서 넣어두면 위로의 답장을 받아볼 수 있는 이 특별한 우편함은 손편지를 매개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온기제작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온기제작소 조현식(29) 대표는 과거에서 온 고민에 대해 현재를 살고 있는 주인공이 답장을 하는 일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영감을 받아 온기우편함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답답하거나 고민을 얘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텐데 그런 순간에 고민을 나누고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고 싶었다. 손편지를 통해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온기우편함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온기우체부, 해결책 제시보다 공감과 위로 전달

2017년 2월부터 시작된 온기우편함 편지에는 학업과 진로 문제부터 결혼, 육아, 친구 관계 등 다양한 고민이 담겨 있다. 평균 80~100통 정도의 편지를 매주 수거해 ‘온기우체부’라고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답장을 써서 보내주고 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20~30대라서 주로 진로나 취업에 관한 고민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대학생, 직장인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답변을 해주고 육아, 결혼 등에 관한 고민에는 50~60대의 연륜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답장을 해주기도 한다. 
조 대표는 “우리가 보내는 답장은 자원봉사자들이 각각 자유롭게 쓰기 때문에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름의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먼저 어떤 고민에 대해서도 ‘이렇게 해보세요’와 같이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무엇인가 답을 바라고 편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싶다는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를 전달해 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담긴 손편지에 큰 힘과 용기 얻어”

이렇게 온기우편함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직접 손글씨로 답장을 써주는 온기우체부 즉,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처음 10명에서 시작해 점차 인원을 늘려 지금은 80여명의 온기우체부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도 5~6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편지 하나하나에 정성껏 답장을 쓰고 있었다. 임가은(25) 씨는 “어떤 결과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찾다가 온기우체부를 모집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고민 편지에 무슨 답변을 해줄까 생각하고 손글씨로 쓰다 보면 2시간 동안 2통 정도밖에 답장을 해주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편지에 답장을 쓰기 때문에 나한테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아서 편지를 쓰는 이 시간이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온기우편함을 통해 답장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진짜로 답장이 올 줄 몰랐다’, ‘손편지가 오니까 왠지 설렜다’, ‘얼굴은 모르지만 누군가 날 응원해 주는 것 같아 힘이 생긴다’는 등의 응원 글을 남겨주기도 한다. 또 내가 위로를 얻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어 온기우체부를 자원하는 경우도 있다. 온기우체부는 특별한 자격은 없고 손편지의 진심을 믿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블로그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한분 한분에게 진심을 전해드리고 싶다는 조현식 대표와 온기우체부들. 이들의 손편지가 느리긴 하지만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 주면서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온기우편함 블로그 https://blog.naver.com/ongistudio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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