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의 심리적 고민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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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의 심리적 고민 함께 나눠요
특집 소방의 날 - 소방관 심리 상담 전문 ‘소담팀’ 국내 동료 상담제 성공사례로 주목받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11.0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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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 출동해 구조활동을 펼치는 소방관들은 심리적 문제에 가장 취약한 직종으로 손꼽힌다. 이에 소방의 날(11.9)을 맞아, 같은 소방관으로서 동료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소방관 위기심리상담팀 ‘소담팀’을 만나보았다.

동료가 동료를 이해하고 상담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사고 현장을 드나드는 소방관들을 생각하면 흔히 슈퍼맨과 같은 영웅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극단적인 사고 현장, 업무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는 소방관들은 실제로 심리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소방관들의 심리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사, 상담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들은 소방관들에 특화된 근무 체계,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는 상황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도움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직장 및 현장의 애로사항을 쉽게 공감하고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료 상담제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이에 동료 상담제의 필요성을 인식한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017년에 전국 최초로 ‘소담팀’을 구성했다. 
소담팀이 활동을 시작한 초기, 국내 동료 상담제에 대한 인식이 낮아 활용도가 낮았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직접 방문 상담을 펼치는 동안 소담팀의 도움을 받아 심리적 문제를 극복한 사례가 늘면서 현재는 전국에서 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장 PTSD는 직접 해결, 가정 문제는 전문가 연계 치료

“소담팀은 환자 치료에 주력하는 시설이 아니다.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소방대원들이 필요한 치료를 제때에 받을 수 있게 안내해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지난 
1일, 기자가 소담센터에서 만난 이숙진(43) 소방위가 한 말이다. 
이숙진 소방위에 따르면 현장에서 겪은 일로 발생한 PTSD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는 비율은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의 상담 신청자들이 호소하는 스트레스는 주로 ▲직원 간의 관계 ▲조직 내부 문제 ▲가정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소담팀은 부부 상담 및 자녀 문제로 방문한 소방관들은 바로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연계시키는 한편, 현장에 관련된 심리적 외상은 자체적 심리 프로그램으로 직접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치유해주는 등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최지선(37) 소방장은 “스트레스는 불치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하기 쉽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누적되었을 때 발생한다. 상담이 치유의 100%는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자발성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담 사례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숙진 소방위는 한달 동안 스트레스 때문에 출근을 못했던 직원이 상담을 받고 다시 복직하게 된 일을 떠올렸다. “작년 2월에 세미나를 하는 날에 예고 없이 감사패를 만들어 행사장에 직접 찾아왔다. 사실 상담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지칠 때가 많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매일 들지만, 우리의 도움을 받아 문제 없이 직장을 다니고 행복하게 사는 동료들이 보내준 메시지, 격려의 말씀 한마디 때문에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소담센터 내년 초 정식 개관 예정

소담팀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최근에 반가운 소식이 생겼다. 소담센터가 내년 초에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센터를 방문한 이날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앞으로 인테리어 등 작업이 완성된 이후에는 장소에 구애를 받아 소규모로 진행되던 프로그램들이 완공된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더 큰 규모로 펼쳐질 예정이라고 이숙진 소방위는 설명했다.
센터 내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개인 상담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방문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또 집단 상담실은 동료들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팀워크가 일상인 소방관들이 서로 이끌어주고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돕는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라운지에서는 북카페 등을 설치해 목공, 쿠킹 클래스 등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은 평소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든 소방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어 3일 만에 100명 넘는 신청이 접수될 정도라고 한다.
현재 소담팀은 여러 지자체에서 세미나를 열어 동료 상담제를 소개하는 요청이 들어올 만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동료 상담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전국 각지에서 일고 있어 앞으로 소방관의 심리적 문제 해소 등을 돕는 시설이 더 많이 보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성 기자 jsle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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