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종합촬영소 폐관 갈 곳 잃은 영화 유산들
상태바
남양주 종합촬영소 폐관 갈 곳 잃은 영화 유산들
줌인 남양주 종합촬영소 이전으로 수많은 영화 소품 소장한 서울영화장식센터 철거 예정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10.18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는 1919년 한국영화가 최초로 시작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정작 우리 영화사에 중요한 기록 중 하나인 영화 소품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의 위상 세계적인 수준

한국영화가 최초의 극장 상영과 동시에 한국 영화사(史)의 시작을 알린 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1919년 10월 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상영한 최초의 영화『의리적 구토(仇討)』(감독 김도산)를 시작으로 한국영화는 국민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며 시대상을 담아내는 거울의 역할을 해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한해 100편이 넘는 영화가 충무로를 중심으로 제작됐으며 1990년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등장하면서 한국 영화산업은 질적·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2000년 이후에는 수많은 천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등 한국 영화산업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5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연간 총매출액은 2009년 1조 2000억원에서 2018년 2조 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연간 관객 수도 2013년 이후 6년째 2억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감독, 스태프, 배우 등 영화인들의 노력과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는 관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한국영화와 명맥을 함께한 남양주 종합촬영소이다. 하지만 이곳은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지난 10월 16일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영화 200여편에 모은 소품만 40만점에 달해

지난주 기자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에 위치한 종합촬영소를 찾았다. 1998년에 개장한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촬영장으로 야외 세트와 6개의 실내 스튜디오, 녹음실, 각종 제작 장비 등을 갖추었다. 또한 지난 20년간 39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만큼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서편제’와 ‘쉬리’ 등 한국영화 7백여편과 드라마 4백여편이 이곳에서 제작됐을 정도로 대한민국 영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오석근 위원장)의 부산 이전 계획에 따라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운영종료 및 폐쇄되면서 여기에서 소품을 대여해오던 업체가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 내 소품실은 언뜻 보면 거대한 창고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비치된 소품 한 점 한 점을 보고 있으면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병사들의 창과 칼, 화살에서부터 90년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40만점에 달하는 영화 소품이 보관되어 있다. 특히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이 앉았던 용상은 아직도 많은 곳에서 대여하기 위해 찾는 인기 소품이다. 
지난 57년 동안 영화 200편의 소품 담당을 맡았던 서울영화장식센터 김호길(78) 대표는 “창고에 있는 소품을 옮기는 데만 1억원 이상이 드는데다 이 정도의 공간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련 업계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에게 인계하고 싶은데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영화 소품의 보존 및 관리 필요성 대두

서울영화장식센터에는 김호길 대표가 직접 제작한 소품들도 많다. “특히 까다롭다고 알려진 임권택 감독과 작품을 하면 제대로 만든다는 입소문이 돌아 인정을 받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영화 소품을 보유하고 있어 지금도 지역축제나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촬영에 소품을 계속 대여하고 있다. 이렇게 남양주 종합촬영소 소품실은 한국영화의 역사를 오롯이 담은 중요한 유산들이 즐비한데도 마땅히 이전할 곳을 마련하지 못해 폐기될 상황인 가운데 최근에는 해당 소품들을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 영화산업은 음악, 의상, 미술, 음향, 조명 등 관련 분야의 발전 또한 활발히 이끌고 있다. 영화산업의 본고장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세기의 명장면 속에 등장하는 각종 소품으로 경매가 이뤄질 만큼 영화 속 인상 깊은 소품에도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제 사용된 소품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관광객들에게 즐거운 볼거리이자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영화의 역사와 함께 동거동락해온 소품들이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