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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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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원주 옻의 세계줌인(Zoom In) 수천 년 세월 동안 공예품을 온전하게 보존해 온 비결은

옻칠은 4천 년 전부터 한국, 중국, 일본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소중한 천연도료로 애용되며 거의 모든 기물에 사용되었다. 최근 산업화와 현대화의 그늘에 묻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칠기문화. 하지만 이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원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려팔만대장경이 완벽하게 보존된 이유

“마른 옻은 어혈과 여인의 경맥불통 적취를 풀어주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기생충을 없앤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며 늙지 않는다.” - 허준의 ‘동의보감’ 
옛부터 옻은 효능이 우수한 신비의 약재로 알려져 있다. 면역력 강화, 위염 치료, 간질환 치료에 탁월하고 혈액을 맑게 하는 약리성으로 인해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사용하며 옻개, 옻오리, 옻닭 요리를 선호하였다. 신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독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옻을 먹는 국민은 우리나라뿐이다. 중국과 일본도 옻이 유명하지만 도료로만 사용하고 있다.  
옻나무 수피에서 나오는 옻에는 우루시올(Urushiol, 옻산)이라는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우르시올 함량이 많을수록 우수한 품질로 평가받는 옻은 피부에 묻거나 증기를 쐴 경우 심한 가려움이나 발진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독하고 맵기때문에 방부제와 살충제 역할을 하여 나무그릇이나 공예품의 광택과 보존성을 위해 칠을 입히는 천연도료로 사랑받았다. 국보 제32호 고려팔만대장경이 현존하는 판본자료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보존상태를 유지한 비결이 바로 옻칠 덕분이다. 습기와 열에 강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옻이 장구한 세월을 견디게 한 것이다.

인공도료 증가하며 옻칠문화 급격히 쇠락

지난주 기자는 국내 최대의 옻 생산지이자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원주옻의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2호 김상수(59) 칠장을 만났다. 
그는 “옻나무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도료와 약재로 쓰이는데 한국산 옻의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 특히 원주옻은 토질과 지형, 기후 등 자연환경적 원인으로 평안북도 태천과 함께 우루시올의 함량이 많아 발색과 접착력이 뛰어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원주옻을 대량으로 식재하고 수십 톤씩 수탈해갔다”고 말했다. 원주옻의 우루시올 함량은 72.53%로 일본산(67.25%), 중국산(62.06%)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수분 함량은 원주산(16.16%)이 일본산(23.21%), 중국산(27.56%)보다 적다. 원주옻으로 제작된 화려하고 다양한 색의 나전칠기와 칠화칠기 분야 무형문화재 5명은 우수한 장인들과 함께 원주옻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옻칠 제품 생산을 주도하며 옻칠공예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 
반면 최근 10년간 국내 대학에서는 ‘목칠과’나 ‘칠예과’ 등이 대부분 ‘디자인과’로 통폐합되고 칠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옻칠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김상수 칠장은 “70~80년대엔 고비용 저효율의 옻칠제품이 설 자리가 없었다. 대신 가공이 쉽고 값이 싼 조개와 캐슈(cashew)라는 인공도료가 사용되면서 너도나도 값싼 자개장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는 한 작업실에 칠기장이 30~50명씩 있었다. 90년대엔 캐슈열풍은 가라앉았지만 산업화의 여파로 급격하게 주거문화가 달라졌다. 붙박이장과 서양가구가 들어오면서 옻칠문화는 급격히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며 안타까워했다.

옻칠문화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지원 필요

한편 일본을 뜻하는 Japan의 소문자 japan은 ‘옻칠’을 의미한다. 옻칠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에서 칠기는 어느 한 지방의 특산물이 아니다. 습기가 많은 기후 탓에 칠기가 널리 퍼져있는데다 옛날부터 신부의 혼수품으로 반드시 면기나 찬합 같은 옻칠그릇을 준비해야만 했다. 한때 산업화로 인해 칠기문화가 무너질 때도 지자체들은 젊은 인재를 확보하고 종사자의 자질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해외판로 개척과 관광자원 활용에 나섰다. ‘경제’보다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국가산업으로 지정·발전시켜 나간 것이다. 최근엔 중국 또한 문화혁명을 겪으며 사라졌던 옻칠문화를 부흥시키는 분위기다.
다행히 원주시에서도 지난 몇 년간 젊은 후계자를 양성해 옻나무를 무료로 공급하고 옻 수매를 도와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2001년 이후 해마다 ‘한국 옻칠공예대전’을 열어 21세기에 걸맞는 현대적인 작품을 공모하는 동시에 옻칠공예 인구의 저변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3호 박귀래(57) 나전칠기장은 “지자체는 옻칠공예에 대해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려는 목적보다 지역의 경제와 산업발전의 용도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앞으로 칠기문화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작가들 또한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가운데  현대인의 사고에 부합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공예품을 제작해 칠기문화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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