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유람선 충돌사고 현장의 생생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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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 유람선 충돌사고 현장의 생생한 뒷이야기
핫이슈 [인터뷰] 헝가리 외교부 정식 한국어 통역사 이주안씨를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07.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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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이 충돌사고로 침몰했다. 생존자 7명, 사망자 28명의 참변이 일어난 긴박한 상황 속에서 한국과 헝가리 및 인접국가 간의 가교역할을 수행한 한국인 통역사 이주안(24)씨를 만나보았다.

생존자 7명도 대부분 가족 잃어

“당일 침몰된 유람선에 한국인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되자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그 후 2주간 밤낮없이 한국 대사관과 외교부 신속대응팀 그리고 헝가리 경찰과 정부관계자 및 검찰의 소통을 도왔다. 국가 간 대립과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라 신중하고 신속한 통역을 해야 했다”                    
                                                                               - 이주안 헝가리 외교부 통역사 -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이 탄 배가 충돌사고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명이 생존하고 한국인 26명과 헝가리인 2명이 사망한 이 사고는 다뉴브강에서 65년 만에 일어난 대참사였다. 사고 후 한국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현지에 급파했고 헝가리와 인접국가 간 긴밀한 협조와 조속한 대응 덕분에 사고 수습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현재는 남은 시신 1구를 수색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는 유창한 헝가리어로 양국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사고 수습에 크게 기여한 한국인 대학생 이주안(부다페스트 코르비누스大 대학원)씨가 있었다. 이씨는 “7초만에 침몰된 유람선 상황을 아는 사람은 생존자 7명뿐이었다. 당시 다뉴브강은 비 때문에 물이 불어 유속이 빠르고, 30여대의 유람선이 떠 있어 이곳저곳에 소용돌이가 발생해 수영을 잘하는 사람조차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기적적으로 주변 유람선에 의해 구조된 7명 중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아내와 아빠, 자녀를 잃은 분들이었다. 생존자 진술은 사건의 증거가 되고 수사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통역을 했다”고 말했다.

8시간의 시차 극복하며 밤낮없이 수습활동에 진력

그동안 테러를 비롯해 큰 사건이 없었던 인구 1400만의 작고 평온한 나라 헝가리에서 일어난 이번 침몰사고를 수습하려는 경찰청, 대테러청 요원들의 노력은 헌신적이었다. 또한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 강 상류국가는 잠수요원과 특수장비를 지원하고 세르비아를 포함한 강 하류국가는 광범위한 시신수색에 동참하는 등 당시 펼쳐진 구조작업은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강경화 장관이 헝가리 외무장관, 내무장관 등과 접촉하였을 때 이주안씨는 긴장의 연속선상에서 매우 긴박하게 통역을 했다. 그는 “한국과 헝가리는 7~8시간의 시차가 있어 헝가리가 밤 12시가 되면 한국은 아침 8시다.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야하는 대사관과 외교부 직원들은 밤낮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통역은 말할 것도 없었다”며 “SBS, KBS를 포함한 한국 언론사로부터 협조를 구하는 수백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긴박한 내부사정을 통역사 개인이 언론에 노출할 수가 없어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백명 헝가리인들 ‘아리랑’ 부르며 애도

한편 한류열풍으로 한국과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헝가리인들은 駐헝가리 한국대사관 담장에 추모공간을 마련하였고 마가렛 대교에는 현지인 수백명이 모여 아리랑을 부르며 애도를 표했다. 각 종교 교단은 추모예배를 드리고 성금을 보냈다. 22년간 헝가리에 살고 있는 이주안씨는 여러 도시에서 일어나는 헝가리인들의 추모행렬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씨가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의 통역을 1000건 이상하고 유일한 헝가리 외교부 정식 한국어 통역사로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선교사인 부모님의 훈육과 국제청소년연합(IYF) 활동 덕분이었다. 3살 때부터 헝가리에서 살면서 현지인 학교를 다니고 다양한 청소년 봉사활동을 하며 체득한 겸손과 배려의 자세는 통역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통역은 언어와 언어를 잇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한다. 언어적 기술이나 능력보다 두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고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훌륭한 통역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한-헝가리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람선 충돌사고로 양국간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 속에 신속 정확한 통역으로 사고수습에 크게 기여한 이주안씨는 “30년간 외교관계를 굳건히 해 왔던 점 그리고 양국 정부간 보이지 않는 정보 채널 가동 등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어려움을 잘 극복한 것 같다. 아직 찾지 못한 한분의 시신이 조속히 발견되길 바라며 이번 사고수습 과정을 통해 양국간 우호·협력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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