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 재래식 국수공장 아직도 면발이 탱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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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통 재래식 국수공장 아직도 면발이 탱탱~
줌인 오랜 세월 전통방식으로 국수를 만드는 서울의 마지막 국수공장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07.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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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배고프던 시절 동네마다 볼 수 있었던 재래식 국수공장. 지금은 그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는 60년 전통의 재래식 국수공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작업으로 운영하는 재래식 국수공장

서울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 1번 출구로 나와 맞은편 골목으로 100m 정도 걸어 들어가다 보면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아주 작고 조용한 주택가 골목길에는 요즘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하얀 국수가닥이 건조대 곳곳에 널려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60년째 재래식으로 국수를 만들어 파는 서울 면목동의 마지막 남은 국수공장이기도 하다.  
지난주 기자는 그 마지막 국수공장을 방문했다. 국수공장 이광희(80) 사장은 새벽부터 밀가루 반죽 작업을 해서 완전 건조시킨 국수가닥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적당히 소분하여 신문지에 말아 판매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었다. 집안 곳곳에는 밀가루가 묻은 도구들과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장비들이 놓여 있었으며 국수의 종류와 가격이 적힌 칠판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드는 국수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국수와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가진다. 일반 국수는 전체 제조 과정이 기계화되어 있는 반면, 이 국수공장에서는 밀가루로 반죽한 면을 롤러에 넣어 얇게 만들어 제면하는 과정의 단계마다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일반 국수 제조 과정과 다르다. 
특히 새벽부터 반죽하여 제면 과정까지 거친 국수가닥은 긴 대나무 젓가락에 걸려 국수공장 앞 골목길 건조대에서 건조된다. 보통 아침 7~9시 정도에 널어둔 뒤 오후 3시, 습기가 많은 날에는 5시 정도까지 널어둔다. 일반 국수가 건조기에서 열에 의해 건조된다면, 이곳 국수는 자연 바람으로 건조되어 그 어떤 국수보다 찰지고 맛있다는 것이 이 국수공장을 찾는 단골손님들의 평이다. 

최근 KBS TV에 소개되어 관심 고조

1960년대부터 운영된 이곳 국수공장은 딱히 이름도 없다. 무역회사를 다니던 이광희 사장이 이곳을 인수받은 때는 1980년대 초반으로, 이후 40년째 국수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40년 동안 한결같은 방법으로 국수를 뽑아내고 자연 바람으로 건조시켜 옛 맛을 유지한 덕분에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일반 국수 소면과 중면 외에도 겨울에는 칼국수, 여름에는 도토리국수도 제조하는데, 한 묶음 당 5천원이다. 일반 국수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60년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국수를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금세 단골손님이 되어 또 다시 이곳을 찾는다. 
특히 얼마 전에는 KBS 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의 서울 중랑구 망우동, 면목동 소개 편에서 배우 김영철이 “국수 말리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이곳 국수공장이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 TV 방송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광희 사장 부부는 국수 뽑는 기계가 고장 났을 때가 가장 난처하다고 한다. 기계가 고장 나고 잘 안 돌아가면 이광희 사장이 직접 부품을 사서 수리하고 부러진 부품이 있으면 주문 제작해서 교체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다보면 반(半) 의사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내가 그렇다. 여기서 사용하는 기계들을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누구에게 고쳐달라고 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기계가 고장나거나 멈추면 ‘이제 국수공장을 그만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인사말에 삶의 활력 다시 찾아

국수공장이 TV에 방영된 후라 그런지 조그만 골목길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인터뷰를 하는 중간 중간에 국수를 사러 온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TV를 보고 멀리서 찾아왔다는 손님들을 비롯해 동네 단골손님도 드나들면서 ‘옛날에는 국수 널어놓은 곳 밑에 떨어진 국수를 주워 먹는 것이 낙이었다’ 등과 같은 옛 일들을 추억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국수공장은 마치 사랑방처럼 보였다. 이광희 사장은 “종종 멈추고 고장나는 기계를 보며 이제 나도, 기계도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요즘 부쩍 많이 찾아오는 손님들이 국수를 사 가면서 ‘어르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라는 인사를 할 때, 삶의 활력이 넘치면서 앞으로 힘이 닿는 한 국수공장을 운영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국수의 ‘맛’ 하나를 위해 전통 재래식 국수 제조방법을 고수하여 국수공장의 가치를 이어가는 노부부, 직접 국수를 사러 오는 손님들에게 국수를 팔며 정을 나누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온정과 따스함은 더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삶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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