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연극의 산실 대학로 소극장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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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연극의 산실 대학로 소극장의 미래는?
핫이슈 문화지구 지정 이후 초래된 소극장 운영난으로 순수창작극장 방향 잃어 소멸 위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06.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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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윤석화씨가 운영해왔던 소극장 ‘정미소’의 폐관 소식은 연극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에 (사)한국소극장협회를 찾아 대학로 소극장 운영 실상에 대해 들어보았다. 

배우들의 땀과 열정이 배인 대학로 소극장

지난 5월 16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정미소’에서 이 소극장의 마지막 폐관작품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정미소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배우 윤석화씨는 이날 작품 속 노래 중 하나인 ‘It was our time’을 불렀다. 무대에 오른 그는 “이 노래는 17년 동안 관객들과 나누었던 시간들, 제가 사랑했던 관객들이 너무 많이 떠오르는 곡”이라며 공연을 시작했고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2002년 윤석화씨가 개관했던 소극장 ‘정미소’는 ‘쌀이 육체를 키우듯 예술이 영혼을 살찌우는 공간을 만들자’라는 의미를 담은 곳으로 지난 17년 동안 109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많은 배우들이 이곳에서 실력을 쌓아갔다. 때문에 연극인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공간이었으나 이번 ‘딸에게 보내는 편지’ 공연(6.11~22)을 마지막으로 폐관한다. 
대학로 소극장은 국내 영화계의 천만 배우들 중 황정민, 유오성, 설경구 등 특히 연기파 배우들의 역량을 키워낸 장소였다. 젊은 시절 이 연극인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고된 훈련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오직 작품과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대한민국의 연극문화를 창조해냈던 바로 그곳이다. 그렇게 낭만과 젊음의 상징 대학로는 연극과 뮤지컬, 라이브 공연까지 만날 수 있는 공연예술의 거리가 되었고 정미소뿐만 아니라 연우소극장, 대학로극장 등이 들어서면서 국내 공연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소극장은 운영난 악화

하지만 지난 2004년 서울시가 혜화로터리와 이화동로터리 사이 15㎞ 구간을 문화지구로 지정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소극장이 폐관한다는 뉴스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한국소극장협회 임정혁(48, 사진) 이사장은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대기업 식당과 카페들이 몰려들어 땅값과 임대료가 상승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소극장 운영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이나 건축 기준 완화 혜택은 모두 건물주를 위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속되는 소극장 운영난의 원인으로 소극장 수익구조도 언급했다. “100석 이하의 소극장 임대료가 월평균 250~400만원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공연팀이 최소 1~2개월 이상 장기공연을 해야 하지만 공연팀도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2~3일 정도만 대관한다. 때문에 소극장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학교형 중대형 극장들이 늘면서 연극인들이 운영하는 순수창작 소극장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현재 대학로 170여개의 극장 중 극단이 직접 운영하여 연극을 올리는 순수창작 소극장은 겨우 30여개 뿐이다. 

연극문화 명맥 이어가려면 국가적 배려 있어야
 
연극계의 전반적인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우들의 사정도 필연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연습 시간이 줄어들고 자연히 배우들의 역량, 공연의 품격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한국소극장협회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연극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고 있는 ‘서울형 창작극장’은 순수예술단체 공연팀에게 50% 이상 할인된 대관료로 공연장을 제공하여 운영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으며 여러 개의 소극장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하는 협동조합 시스템도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로 거리공연축제, 대학로 소극장축제, 대학로 티켓닷컴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임 대표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순수창작 소극장들이 공연을 하고 있으나 공연으로 수입을 창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결국 기업형 극장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지금은 연극인들이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처럼 연극인들에 대한 국가적인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래의 대학로 연극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예술가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더 이상의 창작활동을 멈추어버린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정부와 우리 사회 모두가 난관에 처한 연극문화계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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