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차갑지만 그래도 한류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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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차갑지만 그래도 한류는 뜨겁다
기획 일본의 한류 관련 현장르포] 일본의 한류 중심지 신오쿠보에 가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05.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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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제징용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한일 간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현재 두 나라의 관계는 냉각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최근 일본의 젊은 세대에서는 신(新)한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드라마, 음악 넘어 음식까지…신(新)한류 열풍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류 문화 페스티벌 ‘케이콘 2019 재팬’이 8만8천명의 한류 팬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는 케이콘 재팬이 처음 열린 2015년에 비해 5배 이상에 이르는 규모로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인파가 몰렸다. 
과거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한 한류 열풍이 최근 일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시 형성되고 있다. 지금 한류의 특징은 K팝을 넘어 패션, 미용, 먹거리 등 그 범위를 넓혀가면서 일본의 젊은 세대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자가 찾은 도쿄 신주쿠구(新宿区) 신오쿠보(新大久保) 거리에서는 한류의 중심지답게 한류 붐을 체감할 수 있었다. 평일 오후인데도 이곳은 10~20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어 간판을 내건 식당, 카페, 화장품 매장에서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와 같은 아이돌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대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한국식 치즈핫도그와 치즈닭갈비이다. 핫도그를 먹기 위해 가게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평 남짓한 매장 내에는 좌석이 없어 길거리에 서서 핫도그를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한국 학생은 “방송에서 찾아와 촬영해 그 인기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특히 치즈를 넣어 일본인들의 입맛에 더 맞는 것 같다”며 “한일관계가 악화되었다고 하지만 딱히 한국인을 적대하거나 비판하는 분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냉각관계 지속에도 관광, 취업 등 민간 교류 활발

현재의 한일관계는 정치적으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반한과 혐한이 조성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문화적인 교류, 취업, 관광 등 민간 교류는 전례 없이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50만여명으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일본 관광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또한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이 겹치면서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대한 관심과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작년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 수는 5만5천여명에 달했다. 이는 2012년 3만1천여명에 비하면 76%가 증가한 수치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10%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자도 신오쿠보의 많은 상점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여러명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호재(24)씨는 “일본에서 취업하려고 제대 후에 전문대학에 편입했다. 일본에는 IT관련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느 정도 취업이 보장되어 있고 관련 회사에도 이미 취업 합격을 받아서 졸업 후에 일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일 청년세대들, 정치적 갈등과 무관하게 생각

전문가들은 일본 젊은층 사이에 퍼지고 있는 한류와 일본에 대해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갖는 관심은 양국의 문화를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권용석(49) 히토츠바시대 법학연구과 부교수는 “작년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 주제곡을 부른 가수 류(Ryu)를 초청한 문화행사를 가질 만큼 초창기 한류 팬들 중에도 아직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더불어 이제는 SNS를 통해 10~20대 젊은층까지 한류가 파고들어 이들이 주 소비층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단순한 소비로 끝나지 않도록 앞으로 다양한 문화 공유 및 교류를 통해 양국 젊은이들이 서로의 이해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갈등과 관계없이 서로의 문화를 즐기는 한·일 젊은 세대들이 있기에 미래 양국관계는 희망의 빛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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