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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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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수제화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이슈&이슈] 경기 침체·임대료 상승·노사갈등까지…, 삼중고에 소상공인 신음 깊어져

국내 수제화 산업의 자부심이었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최근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성수동을 찾아가 지역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근 1년새 수제화 공장 100여 곳 폐업

최근 성수동의 상징인 ‘수제화 거리’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성동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해 500여 곳에 달했던 지역 내 수제화 업체 수가 지난 2월 기준 325곳으로 급감했다.
1950년대 서울 염천교 일대에서 꽃을 피운 수제화 산업은 1970~80년대 명동을 거쳐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한때 이곳은 국내 수제화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호황인 적도 있었지만 이제 다 옛말이 되었다. 기성화에 밀려 수제화를 찾는 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동안 외주를 주던 유명 브랜드들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인도 등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임대료 상승 △임금과 퇴직금을 둘러싼 공장주와 제작공간의 갈등이라는 삼중고(三重苦)가 성수동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지난 주말 기자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찾아가 보았다. 거리는 한산했고 매장 앞에 앉아 있는 상인들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그들의 한숨 섞인 말에서 오늘날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실상을 느낄 수 있었다.

격화되는 공장주와 제작공간의 갈등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자 성동제화협회 박동희(62) 회장을 만났다. 그녀는 수십년째 성수동에서 구두제작업체를 운영 중이다. 박동희 회장은 “최근 가장 큰 문제는 퇴직금 소송으로 인한 공장주와 제작공간의 갈등이다. 평소 형님, 동생 하던 공장주와 제작공이 원수가 되기도 하고 공장주 중에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한 이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까지 구두 한켤레 당 일정 비용을 받는 도급형태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일반적인 임금근로자와 같은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불하라는 것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그녀는 구두 제작 공임비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언론에서 제화공들이 구두 한 켤레 당 6000~7000원 정도의 공임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정말 현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6000원은 구두 창 1개를 붙이고 받는 비용이다. 장식 부착, 제단 등의 작업을 포함하면 실제 공임비는 훨씬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제작공들의 근무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구두매장 직원은 “그동안 제작공들은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장주와 제작공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50대가 청년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구두제작공들이 고령화되고 있어서 국내 수제화 산업의 맥이 언제 끊어질지 모를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소상공인들은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소상공인이 부담을 느끼는 세무회계 업무를 대행해주거나 장인들이 품질이 우수한 신발을 제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정책 등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요즘 핫하다는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이처럼 수제화 업계가 빠르게 몰락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성수동은 서울시민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숲, 한강과 인접해 있는데다 몇년 전부터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생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월 초 글로벌 커피체인점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이 성수동에 상륙하면서 요즘 말로 힙(hip)한 곳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기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칫 홍대, 이태원 경리단길의 사례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해 지역의 개성과 상권 모두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근시안적으로 당장의 손익을 따지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수동의 자부심이자 상징인 수제화 거리를 이어가는 것이 성수동을 진짜 명소로 만드는 길”이라고 조언하지만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부활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오래된 전통과 새로운의 문화의 충돌, 노사간의 갈등 그리고 그 가운데 소외된 소상공인들의 고통 등 오늘날 성수동 수제화 산업이 처한 현실은 한국경제의 난맥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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