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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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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헬렌켈러의 끝없는 도전[인터뷰]시청각장애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특별한 청년 이야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준다. 어린 시절 시청각장애라는 인생의 장애물을 만난 박관찬(32)씨, 하지만 그는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활기찬 인생을 펼쳐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다.

어린 시절 갑자기 찾아온 시청각장애

기자는 지난주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각과 청각 장애 모두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도전해 성공한 특별한 청년 박관찬씨를 서울 여의도 이음센터에서 만났다. 그가 사전에 알려준대로 질문지 글자를 크게 출력하여 준비하고 추가질문을 위해 노트북을 펼쳐놓은 채 박관찬씨와 마주 앉았다. 근황을 묻자 그는 지난 4월 초 장애인 인권 월간잡지사「함께걸음」에 취업하여 낯선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취업 전 그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여러 단체에서 객원기자로도 활동하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박관찬씨는 고도난청 장애, 그리고 바로 눈앞에 있는 사물의 윤곽을 겨우 인지하고 아주 큰 글씨를 눈앞에 가져가면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을 가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신경 문제로 인해 청력에도 장애가 생기면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보냈고 그렇게 초중고와 대학교까지 졸업한 그는 대학원 법학석사학위과정까지 마쳤다. 

장애인으로 보냈던 학창시절

박관찬씨가 학교에 다닐 때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선생님들조차 장애인은 무조건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장애가 있는 친구는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고 가르쳤고, 단체로 벌을 받을 때도 ‘관찬이는 제외’라고 하여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을 가까이하는 시간이 많았고 수업시간에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교과서를 보며 공부해야 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항상 교실의 맨 앞자리에 그를 앉게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은 조금 특별했다. “앞자리에 앉으라고 말씀하지도 않으셨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해주었다. 영어 과목을 담당하신 그분은 수업 시간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전체 학생들에게 손을 들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가장 마지막에 손을 드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서 벌칙을 받아야 했다. 나는 듣지 못하니까 항상 제일 마지막에 손을 들었다. 그래서 영어시간마다 벌칙 받을 각오를 하고 수업에 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벌칙을 받기 위해 나갔는데 갑자기 다른 학생이 나와 나 대신 벌칙을 받겠다고 했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학생이 나 대신 벌칙을 받겠다고 했다. 그런 친구들이 많아졌다.” 관찬씨의 담임교사는 그렇게 그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관찬씨의 고민을 들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앞으로 소수장애인들 위한 삶 살고 싶어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100번 넘게 입사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채용이 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우연히 ‘굿바이’라는 일본 영화를 보던 중 첼로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그의 도전기를 들려주었다. 첼로 연습 중 겪었던 에피소드는 듣는 기자의 마음을 울렸다. “한 번은 이웃이 첼로 소리 때문에 너무 시끄러우니 좀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 첼로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생각지 못한 것이다. 너무 미안했지만 첼로 연습을 멈출 수 없어서 용기를 내어 이웃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하루에 한 시간만 연주하게 해달라고. 많은 답장이 왔다. 그중 한 분은 ‘그런 사정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얼마나 속상하셨어요. 앞으로 마음껏 연주하세요. 당신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제가 대신 듣겠습니다’라고 보내왔다.” 
우여곡절 끝에 관찬씨는 현재 ‘어울림예술단’ 단장으로 활동하는 선생님을 만나 지난 5월 1일에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처음으로 협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첼로를 연주할 때 첼로만이 내는 울림을 그는 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그는 첼로를 ‘듣지 못해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한다. 앞으로 그는 소수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기사도 많이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쯤 입사해서 처음으로 만든 잡지라며「함께걸음」5월호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면접에서 최종 합격이 됐다는 소식에 지구상의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는 그를 보며 어떤 상황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그가 바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청년상’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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