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보 해체, 과연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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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해체, 과연 바람직한가
핫이슈 환경부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발표 후 논란의 공주보 현장 가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03.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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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공주보 해체 발표를 두고 공주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은 정부 조치에 반발하는 반면 일부 환경단체들은 적극 환영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공주보 해체 발표, 찬반 논란으로 엇갈려

지난 2008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추진되어 약 2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에 16개의 보(洑)가 설치됐다. 이 사업은 4대강을 정비해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가뭄을 방지하고 수자원 확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보를 설치한 뒤 녹조를 비롯한 일부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었고 유지관리비 절감 등의 이유로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4대강 보의 수문을 순차적으로 열어 수질, 생태계 변화 등을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2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세종보, 죽산보를 해체하고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방안이었다. ▲공주보는 차량 통행로인 공도교는 유지하고 나머지를 없애는 부분 해체를 제안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농민들은 찬성과 반대 목소리를 내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을 되살려야 한다며 보 해체 결정을 환영하는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보를 전면 개방해 관찰한 기간이 짧아 평가에 필요한 자료 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수질 개선 효과도 보마다 다르게 나타나 환경부의 경제성 분석이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보를 만드느라 수천억 원대의 천문학적 비용이 지출되고 해체하는 데 또 거액(약 1700억 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 해체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를 보완해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업용수 공급 등 주민들의 생존권 위협

지난주 기자는 보 개방 및 해체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지역 중 하나인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를 찾아가 보았다. 특히 공주보 해체 결정을 두고 이곳 농민들은 정부 조치에 반발하며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사업소 주변에는 지역주민들이 내건 공주보 해체 철거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공주보 해체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윤응진(53) 이장은 정부의 공주보 부분해체와 관련해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지역 농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를 해체하면 농업용수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공주보를 닫으면 보통 8~9m 정도의 수위를 유지하는데 현재 보를 개방함으로써 공주보의 수위가 절반 정도인 4m 정도로 내려갔다. 이렇게 물이 빠져나가면 특히 지하수를 많이 필요로 하는 하우스 농가의 경우, 농사짓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윤 이장은 말했다.
보 기능이 상실되면 공주지역 상당수 농민이 지하수 고갈 등으로 생존권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가뭄·홍수 예방 효과도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공주보 해체반대투쟁위원회는 이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 이장은 “가을과 겨울철 지하수가 많이 필요한 시기에는 보를 닫고 여름철에는 보를 개방하여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성급한 결정보다 장기적·효율적 대책 수립돼야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유사한 문제가 있을 때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1964년 완공된 미국 새크라멘토 강의 레드 블러프 댐은 연어 회귀를 막는 등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에 무려 44년이 지난 2008년부터 겨울철에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일부 수문을 열었고 2013년이 되서야 수문을 완전히 개방했는데, 현재도 댐 자체를 해체하지 않고 운영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인 만큼 국가의 수자원 관리 정책과 댐·보 등의 활용은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기간의 조사로 보 해체를 결정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질·생태 변화와 가뭄·홍수 등의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축적된 자료가 필요하므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차분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찰과 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물론 주민의 생존권 보존을 위한 대책 수립 차원의 검증, 그리고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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