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외출에 휴대전화 사용까지 달라진 병영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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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외출에 휴대전화 사용까지 달라진 병영 분위기
[르포] 접경지역 화천군 주민 반응 속에 나타난 기대와 아쉬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03.2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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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평일 외출 허가, 휴대전화 소지, 위수지역 확대 등 한국 군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강원도 화천군의 실제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았다.

평일 외출은 월 2회 하루 4시간 가능

국방부는 지난해 병사들의 평일 외출과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 운영한 후, 올해 2월 1일부터 평일 외출을 전면 허용했다. 병사들은 월 2회,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외출이 가능하다. 또한 외출·외박 때 이동제한을 뒀던 위수(衛戍)지역도 2시간 이내 부대복귀가 가능한 지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오는 4월부터는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이 전면 시행된다. 달라진 병영문화와 함께 군부대 인근 마을의 지역 상권이 뜨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자 지하철 역세권에 빗댄 ‘군세권’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에 기자는 지난주 화천군을 찾아가 보았다. 우선 민군상생 문화 정착과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화천군청(군수 최문순)을 방문하였다. 화천군 홍보담당 송민수(46) 계장은 “평일에 외출하는 장병들의 소비 만족도 상승을 위해 군(郡)은 위생업소와 5인 이하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설개선사업을 실시했다. 시설개선 비용을 최대 80%까지 지원받은 소상공인들은 상품 진열대를 뜯어 고치고 노후 물품을 교체하는가 하면, 재래식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바꿨다. 또한 영화관의 상영 시간을 조정하고 화천 시가지와 3개 사단을 오가는 농어촌 버스를 대폭 증차했다. 군부대 근처에는 12억 원을 들여 만화방, 게임방 등이 있는 휴게시설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된 지역 상권 살리기에는 역부족

인구 2만 6천 명의 화천군에는 3개 사단, 3만 명 이상의 장병이 주둔하고 있다. 사실상 병사 평일 외출 소식은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몰고 왔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의외로(?) 그 특수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공영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병사들이 5시 35분에 택시를 타고 시내에 나오면 6시다. 9시 30분까지 복귀해야 하는데 2~3시간으로 뭘 할 수 있겠나. 기껏해야 PC방에서 게임하다 저녁을 먹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화천시장 내 카페 상인은 “2월 초에는 장병들이 좀 북적였는데 지금은 시행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외출을 하면 약 3~4만 원 비용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부대 내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 외에 치킨집, 분식집, PC방 등 10여 명의 업주들의 반응은 대다수가 회의적이었다.
반면 일부 상인들은 “군세권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나. 위수지역이 확대되어 주말에는 병사들이 춘천까지 나가기도 하지만 평일 저녁에 100명만 나와도 식당, 볼링장, PC방 매출이 오른다. 다만 눈에 띄는 경기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함께 외출 나온 군 장교들은 “외출 시행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경기 활성화를 이루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위수지역 확대와 병력 감축에 경제위축 우려

 국방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 가운데 
△위수지역 확대 △군부대 통·폐합과 이전 
△병력감축 등 조치는 화천 지역 상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송민수 계장은 “장병 인권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위수지역 확대를 시행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난 70년 동안 접경지역에서 안보라는 이름 하에 피해를 감내하고 살아온 군민의 기본권은 왜 지켜주지 않는가. 군민들이 시설을 확충하고 청결활동을 펼치며 서비스도 개선한다 할지라도 위수지역이 확대되면 병사들은 춘천과 같은 대도시로 나가게 된다. 병사들이 즐길거리, 볼거리가 많은 타지역으로 나가고 27사단(1만 명)마저 해체되면 지역경제 황폐화는 물론 공동화현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얼마전 실내 전면 리모델링과 PC교체를 마친 한 PC방 업주도 위수지역 확대 후 매출이 급감해 경영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편, 국방개혁에 따라 현재 61만 8천 명의 군 병력은 2022년까지 50만 명으로 감축된다. 이는 위수지역 확대와 함께 70년간 군과 상생해온 강원도의 지역경제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 수호와 안보 태세를 강화하면서 병영문화 개선과 접경지역 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관군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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