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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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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끝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피플(People) 91세 마술사 조용서 옹(翁)의 마술 같은 이야기

91세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기쁨을 나누는 마술사 할아버지가 있다. 대한민국 근대사와 함께 지난(至難)한 삶을 살아온 그는 은퇴와 함께 봉사 활동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술사, 통역사, 영화감독 등 다양한 이력

“안녕하세요, 저는 91세 할아버지 마술사 조용서입니다.”
지난주 수요일 고양어린이박물관에 견학 온 유치원 어린이들은 할아버지 마술사의 힘찬 목소리와 화려한 옷차림, 현란하진 않지만 놀라운 손기술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조용서 옹은 올해로 10년째 요양원과 어린이집, 병원 등에서 마술공연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고양실버인력뱅크의 꿈전파 문화공연단 마술팀에서 활동 중이다. 마술 외에도 동화구연, 페이스페인팅, 풍선 만들기 등 그의 호기심과 열정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내고야 만다. 
“언젠가 거동이 불편해지면 노인정에 가야지요. 아직은 걸어서 복지관에도 가고 어디든지 찾아가 봉사하며 기쁨을 나눌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조용서 옹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오후가 되면 안국역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는다. 10년 전부터 안국역과 경복궁역에서 외국인에게 일본어 통역봉사를 했던 그는 이제 45명의 외국어봉사회 회원들 앞에서 일본어 신문을 발표하고 마술시범을 보인다. 또한 同센터에서 영화제작법을 터득해 매년 새로운 작품을 출품하는 그는 금년엔 외국어봉사회 회원들과 역장들을 대상으로 12분짜리 다큐멘터리 ‘어르신 통역사들’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집념(대한극장 상영)’을 비롯해 ‘할아버지는 마술사(남우주연상 수상)’, ‘모래위에 지은 집(DMZ 국제영화제 출품)’ 등 다수를 차지한다. 

1.4 후퇴 때 남하해 베트남, 사우디서 노동자 생활

올해로 91세인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기쁘고 행복하다. 반면 그의 인생은 눈물과 고통으로 얼룩진 지난(至難)한 삶이었다. 
평양에서 태어난 조용서 옹은 일제시대와 공산치하를 겪고 23세 되던 해 1.4 후퇴 때 혈혈단신 월남했다. 30세에 아내를 만나 운송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했으나 1967년 대홍수에 모든 것을 잃었다. 숟가락 하나 건지지 못하고 몸만 빠져 나온 그는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건너가 항만하역 근로자로 3년간 일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시작한 양돈사업은 돼지파동으로 또 다시 실패했다. 
숱한 고난과 역경 속에 새로운 기회가 왔다. 1970년대 초부터 한국근로자들이 중동에 가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제1차 중동붐이 일어난 것이다. 조용서 옹은 그 물결을 타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건너가 항만하역 노동자로 7년간 일했다. 
10년의 해외에서의 삶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는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절대 고국을 떠나지 않겠노라는 일념으로 55세부터는 21년간 일본 통산성의 대행기관에서 일본어 번역을 맡아 일했다. 하루하루 살기 바빴던 그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현 시가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산을 묘지기에게 빼앗기고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제는 억울함과 근심을 다 내려놓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는 “누구나 다 어려운 일을 겪듯이 나도 어려운 걸음을 걸은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이에요. 어찌되었든 지금까지 살아왔잖아요. 앞으로도 살아야 하잖아요.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보면 ‘오늘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기대가 되요”라며 활짝 웃었다.

한 해 한 해 가장 아름다운 나이로 살고 싶어

한편 조용서 옹은 “후배들에게 무대를 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최근엔 은퇴를 고려해요. 한 번씩 낮은 턱에 걸려 다치거나 얼굴이 만신창이가 될 때 아들들도 은퇴를 권유합니다. 그런데 제 삶의 원동력인 무대에서 내려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나 막막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에게는 롤 모델이 많다. 104세까지 현역에서 일하며 새벽 2시까지 글을 쓰고 1년에 200회씩 국내외 강연을 다녔던 일본인 의사 히노하라 박사(작년 105세로 별세)와 현재 107세인데도 매일 8시간씩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는 뉴욕의 이발사 안토니 만치넬리, 그리고 자신보다 한 살 위인 한국의 방송인 송해(92) 씨다. 
한 해 한 해를 가장 아름다운 나이로 살고 싶다는 조용서 옹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요양병원에서 마술을 할 때면 휠체어를 탄 50~60명의 어르신들이 나를 보고 깜짝 놀라요. ‘91세 노인이 저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공연을 하고 다니는구나’라며 반짝이는 눈망울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지 몰라요. 내 생애 끝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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