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노아의 방주, 시드볼트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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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노아의 방주, 시드볼트에 가보니
포커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건설된 아시아 최초의 산림종자영구보존시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8.08.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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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지구생태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핵전쟁, 자연재해 등의 재난으로부터 식물종자를 확보하고 보존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와 같은 추세에 부응하여 산림청은 산림종자영구보존시설인 시드볼트를 운영하고 있다.

야생식물, 식량과 약용 등 활용가치 높아 

올 여름 한반도는 기상관측 111년 만에 최고 기온 41℃를 기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미국에도 맹위를 떨치며 지구는 마치 끓어 넘치는 가마솥을 방불케 했다. 
산림청은 이러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및 핵폭발과 전쟁같은 재난으로부터 식물자원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려는 취지하에 2015년 12월, 경북 봉화군에 야생식물종자영구보존시설 ‘시드볼트’를 건설했다. 시드볼트는 씨앗(Seed)과 금고(Vault)를 합친 단어로서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야생식물종자저장고이다. 
시드볼트부 종자보존저장팀 이하얀(35) 팀장은 “야생식물을 사람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이 작물이다. 야생식물이 작물보다 종류가 많고 향후 식량과 약용, 산업자원으로 활용될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쓸모없는 잡초라며 홀대받고 있다”며 “시드볼트에는 백두대간의 자생식물을 포함하여 국내 야생식물종자가 저장되어 있다. 특히 울릉도, 제주도, DMZ에 있는 희귀식물을 중점적으로 채집·보관한다”고 말했다. 
시드볼트는 현재 국내 19개의 종자저장기관으로부터 종자 3천 6백여 종(4만 6천여 점)을 기탁받아 중복 저장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만 종(12만 점)을 확보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 산림종자를 무상으로 보관

이하얀 팀장은 “우리나라의 식물은 모두 4천 5백여 종이다. 1만 종을 확보한다는 것은 세계 각국, 특히 전기(電氣)와 보존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사라져가는 야생식물종자를 위탁받아 무상으로 영구 보관한다는 의미다. 기후와 환경변화로 인해 식물종(種)이 급속히 사라지고 고산식물의 자생지는 협소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발아와 연구목적으로 상시 이용이 가능한 시드뱅크(Seed Bank)와 달리 시드볼트는 식물종이 멸종했을 때나 자생지의 심각한 훼손으로 복원이 필요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자를 반출하지 않고 영구적으로 보관한다. 
 시드볼트는 건물 외벽 두께만 60㎝인 강화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지진과 미사일 공격에도 안전하다. 지하 46m 아래, 길이 130m 터널형으로 건립된 시드볼트는 영하 20℃, 상대 습도 40% 이하에서 최대 200만 점까지 저장할 수 있다.
 시드볼트가 있는 봉화는 흉년, 전염병,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 중 한 곳이며 전란(戰亂) 등을 대비해 조선왕조실록을 나눠 보관했던 태백산 사고지(史庫址)가 있는 장소다. 이처럼 시드볼트는 역사적으로도 안전성이 확인된 지역에 지어졌다.    

시리아 내전시 유실된 종자, 종자저장고에서 인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며 8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포탄과 화학무기로 땅은 황폐해졌고 종자는 모두 유실되었다. 다행히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맡겼던 3만 8천여 개의 종자표본을 2015년 인출해 인근 레바논과 모로코 농장에 뿌릴 수 있었다. 내전이 끝나면 시리아로 옮겨 심어져 식량이 될 것이다. 
노르웨이령 북극해의 영구동토층 바위 120m 아래 지어진 국제종자보관소는 농작물 멸종과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해 세계 각국에서 맡긴 약 450만 점의 종자를 보관할 수 있어 ‘인류 최후의 금고’라고 불리기도 한다. 식량작물의 종자보전에 주력하는 스발바르와 달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야생식물의 종자를 확보하여 보존하는 ‘한국판 노아의 방주’라고 불린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는 자생식물이 4500여 종에 달한다. 이 중 30~40%가 약용으로 사용되는 등 야생식물종자 연구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종자를 자연 상태에 두면 기후변화나 서식지 파괴로 멸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연구진 양성이 절실하다. 
이하얀 팀장은 “최근 100년 동안 많은 종(種)들이 급속히 사라졌다. 이제 우리도 가장 안정적인 종자보전시설인 시드볼트를 기반으로 종자를 연구하고 산업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집중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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