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리고 먼저 시장을 살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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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리고 먼저 시장을 살려야죠!”
줌인 해방촌 신흥시장 건물주 임차인들과 상생협약으로 안정적 상권 도모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8.07.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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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조용하던 골목길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이 도심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나친 임대료 인상은 모두에게 득(得)이 없다며 임대료 동결에 나선 서울 해방촌 신흥시장 건물주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임대인·임차인 갈등 사회문제로 대두 

지난달 7일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세입자가 건물 주인을 둔기로 폭행한, 이른바 ‘본가궁중족발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건물을 인수한 건물주가 2009년부터 본가궁중족발을 운영하던 세입자에게 리모델링을 이유로 일시적 퇴거를 요구했고, 리모델링 후 임대보증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입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자 건물주는 건물에 대한 명도집행과정을 강제 이행하는 등 갈등 상황을 빚어오던 중 급기야 세입자가 건물주를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위 사건은 현재 우리 사회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과 함께 회자가 되고 있는 내용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인데, 이 같은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서울의 종로구 서촌을 비롯해 홍익대 인근, 삼청동, 강남구 가로수길과 용산구 경리단길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방촌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없다

그러나 최근 경리단길과 이태원의 대체상권으로 불리는 해방촌 일대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역행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해방촌 신흥시장 임대인들이 임차인들과 함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전제조건하에 6년 간 임대료 인상을 동결하는 상생협약을 맺은 것이다. 
지난 주말 기자가 해방촌 신흥시장을 찾았을 때 낡은 재래시장의 골목마다 소상공인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작은 상가(수제화, 공방, 카페, 음식점 등)들의 모습이 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골목길이었지만 건물 안에 들어선 상점들은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며 행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장 골목을 지나 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일성(76) 상인 회장은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세입자들이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장사해야 장사에 매진할 수 있다”며 임대료 6년간 동결에 동의한 이유를 밝혔다. 상인회원들은 40여 명의 건물주 한 명 한 명을 설득하여 임대료를 높이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날도 상인회 장점숙(72) 씨는 한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그 상가는 임대료를 좀 덜 받아도 된다. 우리가 공생하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줄여서라도 세입자를 들여서 시장부터 살려야한다”라고 설득 중이었다. 임대인들은 처음에는 왜 내 건물인데 이래라저래라 하냐며 반대도 많이 했으나 홍대나 이태원을 예로 들며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면 세도 안 나가고 상가도 죽는 것이라는 지속적인 설득에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신흥시장 임대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평

해방촌 신흥시장은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방지를 위해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선정한 13곳 중 처음으로 80여 명의 임대인과 임차인들의 전원 동의가 이뤄져 임대료 6년 동결 합의를 이뤄낸 곳이다. 신흥시장 일대가 이태원과 경리단길의 대체 상권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임대료가 치솟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지자체와의 상생협약과 상인회의 노력으로 이제 임차인들은 임대료 상승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세입자들은 “상생협약 이후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존의 건물주들은 임대료 동결을 지켜주고 있지만 최근 건물을 매입한 새로운 건물주를 만난 세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임대인들의 지속적 이행을 강조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도시재생선도지역의 경우 상생협약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이렇게 대대적인 합의가 이뤄진 곳은 없었다. 특히 이 협약이 법적 제재가 가해지는 협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이 도시재생 상생 가치에 함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며 신흥시장 임대인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 속에 해방촌 신흥시장의 사례는 임대인·임차인 간 상생 번영의 참의미를 깨닫게 하는 훈훈한 지표(指標)가 되고 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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