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50, 자폐성 발달장애 아들이 전교 회장이 된 감동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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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50, 자폐성 발달장애 아들이 전교 회장이 된 감동 스토리
연재 장애인의 날 특집 - ② 4월 20일 장애인의 날 맞아 발달장애인을 새롭게 이해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8.04.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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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발달장애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완치된 사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Q 50에 사회성, 언어 능력 등이 정상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아들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훌륭하게 키워낸 횡성 성북초등학교 이상훈(46) 교사를 만나보았다. 

‘할 수 없어’라는 자녀의 생각, 부모가 바꾸다

“민섭이는 4학년 이상의 공부는 할 수 없습니다.”
10여 년 전,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소아정신과 의사가 한 말이다. 그러나 현재 링컨하우스 원주스쿨(고교과정 대안학교) 3학년 이민섭(18)군은 놀랍게도 검정고시 평균 91점을 맞고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다. 
이전에도 민섭이는 의학적 소견과 전혀 일치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영을 한 민섭이는 강원도에서 개최하는 각종 수영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고, EBS가 주관하는 TOSEL(영어능력인증시험)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으며 ITQ(정보기술자격)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6학년 때는 50%가 넘는 득표수로 전교 어린이회장이 되었다. 이후 기숙형 대안학교인 링컨중학교에 지원자 120명 중 49등으로 입학하여 학점 평균 92점으로 졸업했다. 
강원도 횡성 성북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민섭 군의 아버지 이상훈 교사는 “내가 아들을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장애인으로 보는 동안 아들은 중증 장애인이었다. 그런데 아들을 정상아로 대하며 교육하는 동안 바뀌기 시작했다”라며 “수학을 포기하고 영어를 포기하는 자녀들이 ‘나는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 갇혀있을 때 그 틀을 깨뜨려 줄 사람은 부모다. 부모가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로 자녀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발 아빠보다 빨리 죽어다오” - 한 맺힌 절규

이상훈 교사가 아들을 ‘자폐아’가 아닌 ‘학습속도가 느린 아이’로 인식하며 고통에서 벗어나기까지는 마치 죽음과도 같은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과거, IQ 50 수준이었던 민섭이는 집 밖을 나서기만 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고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로 난입하여 죽을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양치한 물을 뱉지 않고 먹어버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밤새도록 싸워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취약한 시설이나 제도보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고통을 준다는 이 교사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발로 밟은 과자를 먹으라고 하자 그걸 주워먹는 아들을 보았을 때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눈물을 삼키며 아들을 상점에 데려가 원하는 대로 과자를 사 주었다. 아버지의 속도 모르고 기뻐하며 과자를 먹고 있는 아들을 향해 나는 절규했다. ‘제발 부탁이니 아빠보다 빨리 죽어다오.’ 아무에게나 무시 받고 조롱거리가 되어 이용당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져 차라리 아들과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털어놨다.

비장애인보다 좀 느릴 뿐…희망 포기 말아야

일 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소아정신과 진료비 및 검사와 치료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이상훈 교사는 자폐성 발달장애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특수아 및 아동의 심리를 중심으로 한 전문상담 1급 자격증을 따고 독서치료에 관한 대학원 논문을 쓰며 민섭이를 관찰하던 이 교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눈을 맞추지 않는다. 산만하다’는 자폐아 성향을 고스란히 갖고 있던 민섭이가 당시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던 TV 프로그램 ‘텔레토비’만 보면 미동도 않고 집중하는 것이었다. 자폐아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뛰어난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한 이 교사는 리모콘을 끄고 켜는 법을 시작으로 집안일과 심부름을 시키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하도록 했다. 정상적인 아이라면 며칠이면 가능한 젓가락 사용법을 민섭이는 1년여 만에 터득했다.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며 적절한 교육과 반복적인 훈련을 실시한 이상훈 교사는 마침내 민섭이를 각종 표창과 우수상으로 빛나게 했다. 
한편, 이 교사는 지난 4월 2일 자폐인의 날에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삭발’을 했던 부모들을 생각하며 “자폐아가 성년이 되면 부모는 나이가 들고 경제적·사회적 역량도 줄어든다. 설상가상으로 자녀가 스무 살까지 적용받는 장애인 특수교육법 대상에서 제외되면 부모는 절망에 빠진다. 최선을 다 했는데도 희망이 보이지 않아 좌절한 부모는 극단적 행동으로 치닫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22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행복을 위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시급히 추진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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