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는 용두동 철공소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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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되는 용두동 철공소거리
줌인 동대문구 재개발 추진으로 200여 개 철공장인들 삶의 터전 잃을 위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8.01.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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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재개발은 대개 도시를 계획적으로 개발하며 도시의 재생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최근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재개발 구역에서는 재개발의 순기능 이면에 1970년대부터 조성됐던 용두동 철공소와 그 기술자들이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도시는 아름다워지나 철공소 현실은 막막

서울 동대문구는 동부 서울의 중심지로 주요 간선도로가 지나고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동북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높은 빌딩 조성을 비롯하여 특히 2013년부터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를 통해 삭막한 도심을 예술적 거리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쳤으며 청계 9가의 ‘과일나무’ 공공미술 조형물, ‘용두동 철등거리’ 등 다양한 공공미술도 함께 선보이며 도시 미관을 위한 개발이 한창인 곳이다.  
재개발의 순기능 이면에는 항상 삐걱거리는 잡음이 있게 마련이다. 1970년대 청계천에서 넓은 작업 공간을 찾아 이주한 이들이 모이면서 금속, 철판 등을 취급하는 재료상과 이를 가공하는 업체들이 밀집하여 용두동 철공소 골목을 형성했다. 때문에 각종 기계의 완제품이 이곳 철공소 골목에서 제조되었다. 그렇게 철공소 장인들은 20~30년 씩 기술을 쌓으며 살아온 터전이 되었다. 
그러나 올해 6월 재개발이 시작되어 늦어도 4월까지는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 한 스텐리스 원자재 업자는 “철공소 사람들을 만나 얘기 들어보면 굉장히 힘들어 한다. 우리는 재개발 지역은 아니지만 피해는 역시 마찬가지이다. 철공소가 이전하면 우리는 10만 원 하는 물건을 팔려고 10만 원어치 기름 값 들여 먼 곳까지 가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200여 곳 철공소 중 80% 사라져

강추위가 한풀 꺽인 지난 주 오후 기자가 용두동 철공소 골목에 가보니 굳게 닫힌 셔터에 빨간색 락카로 ‘공가’라고 쓰여진 상가가 대부분이었다. 2016년 200여 개의 철공소 중 이미 80% 이상이 폐업·이전하고 이제 남은 곳이 30곳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도 구리 등으로 흩어지거나 폐업했고 그나마 이전한 주소가 붙여진 몇 개 업체는 가까운 곳으로 이전을 성공한 공장이었다. 간간히 영업을 하는 곳이 있어 들어가서 이사 갈 곳이 마련됐는지 묻자 하나같이 아직 찾는 중이라고 했다. 금속을 절단하는 한 업체의 사장은 아예 출근하지도 않고 새로운 터전을 알아보러 다니느라 바쁘다고 전했다. 
이곳 상인들은 특히 1인 기업의 형태로 30년 가까이 철공소를 운영하며 각종 기계와 부품을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손에 배인 사람들이다. 그만큼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어느 한 공정의 업체만 없어져도 이곳 시장의 흐름이 깨지는 그야말로 상호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골목에서 만난 한 청년은 “사장님도 주변 부동산 시세가 워낙 올라 보상받은 이주비로는 턱없이 부족해 최후에는 경기도로 이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솔직히 이직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어려운 심정을 토로했다. 

상인과 주민 현실 반영한 도시 재개발 실행되어야

10여 년 전 청계천에 있던 상인들 6천 명 이상이 문정동 가든파이브로 이주했으나 지금 현재 남은 상가는 100여 개 뿐이다. 상가를 조성해서 이주를 했어도 효율적으로 운영이 되기까지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철공소 골목 상인들은 새롭게 이전할 곳을 찾지 못해 가정집 주차장에 철공소를 차리기도 하고, 비용 부담으로 눈물을 머금고 경기도 외곽으로 옮기고 있다. 상인들의 인식 속에 재개발은 사람들의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고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저버리게 하며 엄청난 손해를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부동산 소유자들만 좋은 일 시킨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 튀빙겐시는 조금 다른 방식의 재개발을 추진하여 이 분위기를 독일 전역으로 확산시킨 적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도시개발에 참여한 대표적 사례로 1990년대 도시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건설회사가 아닌 실제 입주할 주민들이 함께 거주 공간을 짓고 시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이주민 문제는 또 다른 상황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 도시 재생도 상인들과 주민들의 현실을 보다 반영하는, 즉 용두동의 경우 철공 기술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쌓아온 기술의 맥을 보전하는 조치가 선행될 수 없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고정연 차장 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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