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은 유명인만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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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은 유명인만 쓰나요?
핫이슈 요즘 평범한 노인들의 자서전, 인생스토리북 출간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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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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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큰 업적을 남기거나 은퇴한 정치인, 유명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서전과 회고록이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서민들의 삶의 흔적이 오롯이 담긴 자서전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별한 순간과 아련한 기억을 글로 남기다

처음 배우자를 만난 순간, 아이가 태어나 품에 안던 순간,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날…. 누구에게나 이런 특별한 기억들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한 순간들과 아련한 기억들을 되짚어보며 글로 남기면 고유하고 특별한 자서전이 된다. 
지난 12월 6일 서울 동대문구청에서는 ‘어르신 인생스토리북’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약 6개월에 걸쳐 제작된 관내 어르신들 71명의 ‘아름다운 나의 인생’ 책과 CD에는 일제 말기부터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 시대까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개인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일대기가 담겨있다.    
출판회에 참석한 이병우(80, 답십리동) 씨는 “우리 국민학교에는 18반까지 있었다.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한 반에 70~80명이 있었는데 늘 독사풀로 죽을 끓여 먹다보니 10명 이상이 배가 아파 결석을 하곤 했다. 내가 5급 공무원이 되어 쌀 세 가마니에 해당하는 월급 7500원을 받아오자 아버지가 너무나 자랑스러워 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자식교육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청량리에서 동아연탄장사를 했는데 1982년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물난리가 나서 협성운수 쪽에서 구청근처로 이사했다”라고 말하며 80년 인생 스토리를 끊임없이 펼쳐놓았다. 밤새 이어질 듯한 그의 이야기는 이제 스토리북이 되어 출간되었다. 책에는 “신용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신념도 기록되어 있었다. 

평범한 노인들의 지혜가 담긴 ‘인생스토리북’

서울시에 의해 지난해에는 1개 경로당, 올해는 3개 구청에서 제작된 ‘인생스토리북’에 담긴 평범한 노인들의 이야기에는 개개인의 소중한 인생과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받아낸 쓰라린 경험과 지혜들이 가득하다. 
동대문구청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 작은사랑나눔운동본부의 한지민(25) 팀장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분들이라 처음에는 사연이 적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71명 한 분 한 분의 인생이 굽이굽이 너무나 절절했다. 전쟁을 겪고 자식을 잃은 분들, 새마을운동을 거쳐 IMF 외환위기까지 나라의 크고 작은 아픔을 다 겪은 그분들의 삶은 교과서에서만 읽었던 험난한 인생이었다. 그분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좋은 시대를 산다는 것을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파킨슨씨 병에 걸린 한원석(65) 씨는 “더 아프기 전에 이렇게 인생에 대한 기억을 남겨두어 아들과 딸에게 주고 갈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서전을 만들며 노인들은 개인·가족·사회적인 사건들을 되짚어보며 자신의 현실을 바라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삶의 가치 일깨워 주는 사회의 활력소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긴 세월을 거치며 터득한 경험과 지혜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노인들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학생과 봉사자들은 공부로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 세대 간 벽을 허무는 소통의 장이 된다. 또한 노인들은 인생을 회고하며 일생 동안 추구하고자 했던 진실을 찾기도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신중하게 생각하며 남겨진 삶을 마무리하는 기회를 갖는다.    
미국 대공황의 소용돌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고물상이 꿈이었던 한 남자, 러셀 베이커(92)의 자서전 ‘성장’. 어떤 성공담도 없는 그의 평범한 이야기는 1982년 평전, 자서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유년 시절의 혼란스럽고 우스꽝스런 이야기와 청년 시절 열병과도 같은 사랑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풀어놓았을 뿐인데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재밌는 이야기책으로 탄생된 것이다.
자서전은 그저 흘려버릴 수도 있었던 날들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순간들이었음을 자각하게 해  준다. 이같이 평범한 노인들의 자서전은 우리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며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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