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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에 부는 평화의 바람[이슈 & 이슈] 미 공군 폭격장이 평화생태공원으로 바뀐 화성 매향리 현장 스케치

한국전쟁 이후 54년간 미 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되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가 이제 과거의 아픔을 딛고 평화의 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화성드림파크에서 열린 축제, 2만 5천여 명 참가

동네방네 매화향기 가득할 것 같은 마을 매향리(梅香里). 그러나 한국전쟁이 끝난 후 54년간 미군 폭격장이었던 매향리는 화약냄새 진동하고 포탄소리 가득한 전쟁터와 같은 곳이었다. 군사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매향리 역사관의 각종 포탄 잔해물은 10여 년 전까지 매향리 일대에 발사된 것으로 당시 주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54년간 오폭과 소음으로 점철되었던 매향리가 지난 10월 14일, 2만 5천여 명의 시민과 함께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화성시 평화가 허락해준 소풍 in 매향리’ 축제를 열었다. 매향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소년 야구장(화성드림파크)과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재된 옛 미군 막사를 아우르는 평화생태공원 등을 조성하며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화성드림파크에서 진행된 평화축제에서 시민들은 매향리의 역사와 자연생태를 체험하고 수원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거대한 네잎클로버 퍼포먼스를 펼치며 화합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가수 안치환과 싸이가 출연하는 평화콘서트를 연출한 박정배 예술감독(청운대 교수)은 “비극적 역사를 벗어난 매향리를 통해 새로운 미래와 자유, 평화의 메시지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54년간 미 공군 폭격장으로 사용, 마치 전쟁터 방불

매향리 폭격장(쿠니 사격장)은 미 공군이 1951년 8월 매향리 앞바다에 있는 농섬을 표적으로 폭격과 기총사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생겨났다. 매향리는 주한 미 공군 작전사령부인 오산공군기지 출격 시 도착 2분 거리에 있고 높은 산이 없으며 안개 낀 날이 적은데다 연습장 주변에 민가가 있어 미군에게는 실전에 가장 가까운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적지였다. 이러한 지리·지형적 위치로 인해 한국뿐 아니라 오키나와·괌·태국·일본 등지에서조차 미 전폭기가 날아와 폭격훈련을 하였다. 
미군이 연간 250여 일, 12시간씩 6백여 회 사격·폭격연습을 하는 상황 속에서 어업과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매향리 주민들의 하루하루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오폭 및 불발탄 사고로 임산부를 포함, 12명이 사망했고 타 지역보다 자살률이 7배가량 높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전폭기들의 살인적인 굉음에 그대로 노출된 4000여 명의 주민들은 이명과 난청에 시달렸다. 자연환경훼손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포탄과 중금속으로 갯벌은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고 20여 년간의 폭격연습으로 농섬은 당초 3천 평 크기에서 1천 평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크기였던 구비섬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10여 년에 걸쳐 점거 농성과 소송을 벌였고 국민적인 움직임이 잇따르며 2005년 8월, 드디어 폭격장이 폐쇄되었다. 

수원 군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에 주민들 울상

사격장이 폐쇄되고 새로운 투자가 형성되며 지역경제가 활발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국방부가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매향리 일대)를 수원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하자 매향리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전만규 매향리 평화마을건립추진위원장은 “이곳을 떠나고자 해도 헐값이 된 집과 논밭 탓에 떠나지도 못하고 그 끔찍한 소음을 벗어나기 위해 피눈물 나는 투쟁을 해왔다. 차라리 목숨을 내놓을지언정 비행장은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의택 수원시 군공항이전추진단장은 “소음영향권 지역에는 대규모 융·복합 산업단지와 주민들을 위한 신도시를 조성하며 화성시와 연계해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시책이 불가피하다면 수원 군공항 폐쇄지에 현대식 거주단지를 지어 집단이주를 시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안보 시설이 전략적 요충지에 세워져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54년간 안보라는 이름하에 소음과 폭격의 공포를 감내한 매향리 주민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제라도 民軍 상생통합과 자연환경 보존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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