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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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
[기자수첩]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역지사지의 기회 삼았으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8.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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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자의 부끄러운 고백부터 해야겠다. 얼마 전 개인적인 용무로 한 금융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상담사의 사무적인 응대(?)가 못마땅했던 나는 숨겨놨던 ‘갑질본능’을 깨우고 말았다. 결국 담당 팀장의 사과를 받고 끝이 났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담사의 사무적인 응대가 그리 큰 잘못이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요즘 이른바 ‘갑질 논란’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회장님의 갑질, 장군님의 갑질, 교수님의 갑질 등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님’들 갑질에 혀를 차다보니 입천장이 헐 것 같다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치졸한 ‘갑질’이 꼭 힘 있고 돈 있는 ‘님’들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앞선 기자의 고백처럼 우리 역시 ‘갑’이 된 그 순간 어쩌다 우리의 ‘을’이 된 그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있지는 않은가? 
갑질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나의 가치를 무시당했을 때 느껴지는 이 고통스런 감정을 혹자는 ‘감정에 던져진 원자폭탄’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사회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갑질을 뽑아낼 묘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오늘의 갑이 내일의 을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기를, 그리고 내 자신도 부지불식간에 갑의 위치에서 위세를 부릴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강민수 기자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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