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맞아 요즘 실버들은 이렇게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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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맞아 요즘 실버들은 이렇게 즐긴다
줌인 서울 종로부터 제기동까지 활기찬 노년을 즐기는 노인문화 분위기 조성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7.29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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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노인들의 홍대 거리라 불리는 서울 제기동과 종로 일대를 찾아 그들이 즐기는 문화 공간을 살펴보았다.

“시장도 보고 건강도 챙기니 이 동네가 좋아”

지난 토요일 노인들의 홍대, 또는 노인들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을 방문하기 위해 1호선 제기동역에 도착한 순간 기자는 ‘과연 소문대로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을 아래쪽에서 바라보니 우르르 올라가고 있는 인파 대부분이 60~70대로 보였고, 가끔 눈에 띄는 젊은이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개찰구를 통과하면서부터 실버 거리를 더욱 실감하게 했던 건 바로 알록달록하면서도 반짝거리는 옷들이 즐비한 옷가게였다. 대부분 1천 원에서 5천 원 사이였고, 1만 원을 넘는 가격표는 거의 없었다. 그곳 역시 60~70대 노인들이 옷을 고르며 북적거렸고 활기차게 흥정하는 모습이었다. 노인 인파가 가는 곳을 따라가 보니 한약재를 파는 곳으로 유명한 약령시장이 나오고 또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이 이어져 있었다. 호박잎, 상추 등 대부분의 야채 가격은 1천 원부터였다. 경동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곳 시장의 농산물이 품질 좋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싸니까 정말 먼 곳에서도 많이 온다. 서울은 물론 경기지역, 심지어 천안에서도 온다”라고 말했다. 
제기동으로 노인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안전요원 봉사자는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왜냐하면 약재상과 재래시장 뿐 아니라 건강원, 한방 찻집, 의료기 체험, 병원 등 건강에 관련된 서비스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수유동에서 온 이희자(78) 씨는 “65세 이상이면 지하철 요금이 무료니까 시장도 보고 건강도 챙기면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이 동네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실버 영화관을 중심으로 노인문화 형성

제기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종로3가. 이곳 역시 노인들의 거리라 불릴 정도로 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종로3가역은 2014년 노인들이 가장 많이 내리는 서울시 지하철역 1위를 차지한 곳으로 총 509만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3가에는 제기동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노인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낙원상가에 들어선 실버영화관과 낭만극장(연극 공연장)을 중심으로 ‘추억더하기’와 같은 밥집, ‘어르신뷰티살롱’과 같은 카페 겸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장소 등이 노인들을 배려한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국수와 차를 제공하는 ‘추억더하기’에는 DJ가 상주하고 있어 듣고 싶은 노래를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하루 종일 흘러간 옛 노래를 감상할 수 있어 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수와 팥빙수, 그리고 차 메뉴가 모두 2천 원에서 3천 원이다. 그곳에서 만난 장금자(76) 씨는 “집이 서대문 쪽인데 일주일에 평균 3~4회 정도 이곳에 들른다. 집에 있지 않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이런 곳에서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는데 하루 1만 원이면 충분하다”며 노인들을 위한 이런 장소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인문화 사각지대 해소되어야 

기자가 어릴 적 기억하는 대부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모습은 큰 느티나무 아래나 대청마루에 앉아서 우두커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노인들이 그냥 아무 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말은 더 이상 100세 시대의 노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낙원상가 옆에는 기타, 하모니카 등을 배우는 음악교실, 기원, 이발소 등 노인들을 위한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은퇴 후 노인들에게 찾아오는 여유의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기란 쉽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배우고, 즐기고, 먹는 것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 노인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 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가 ‘노인문화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서는 적은 비용으로 취미활동이나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문화생활 공간이 앞으로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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