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비디오테이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에 최근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 속 추억의 영상물을 디지털 파일로 전환해 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점점 사라져 간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 재생기
요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다양한 컨텐츠의 영상물을 접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면 생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980년대 이전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거나 간직하고 싶은 영상을 녹화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보급되고 새로운 기기가 계속 등장하면서 비디오테이프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캠코더나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VTR)와 같은 아날로그 영상 촬영기기와 재생기기를 생산하지 않게 되었고, 각 가정에서 갖고 있던 기기도 오랜 세월 속에 고장이 나기도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해 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자녀의 어린 시절 모습이나 본인의 결혼식 등 예전에 찍어둔 영상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롱이나 서랍장 속 깊숙이 보관해 온 비디오테이프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디지털 파일로 전환해 가족 간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공유할 수 있는 비디오테이프 변환 업체가 요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비디오테이프 변환서비스 수요 증가 추세
지난주 기자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스마트메모리즈’를 찾았다. 이곳은 비디오테이프 영상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재생 가능한 동영상 파일로 만들뿐만 아니라 오래된 사진도 디지털 파일로 전환해 주고 있다. 사무실에 가득차 있는 40여 대의 컴퓨터 화면에서는 결혼식, 재롱잔치, 환갑잔치 등 다양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스마트메모리즈 조경인(45)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하루 평균 200~300개 정도의 테이프를 작업한다. 매출도 전년 대비 5~10%정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파일로 변환하는 데는 비디오 재생시간과 전·후반 작업을 포함하면 원본 테이프 시간의 1.5배 정도 작업시간이 소요된다. 비용은 1시간 미만이면 5천 원, 2시간 미만이면 만 원 정도이고 손상된 테이프도 화질을 보정하고 잡음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하다. 파일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CD나 USB 및 기타 메모리 장치에 넣어 준다.
“곰팡이가 심하거나 테이프가 엉켜 재생이 안 되는 비디오테이프는 복구가 힘들 다. 본인의 결혼식이나 자녀들의 영상인데 복구가 안돼서 실망하고 돌아가는 고객들을 볼 때면 가장 안타깝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중장년층에서 최근엔 젊은층까지 주문 확산
얼마 전 수원에서 이곳을 찾은 한 고객은 20년 정도 지난 친척의 칠순잔치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왔다. 그 테이프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잔치에 참석했었던 생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영상 속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가 살아계신 듯한 느낌이 든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 외에도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아들이 군대를 가기 전에 자녀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방문하는 고객들도 많다. 자녀들도 이런 선물을 받았을 때 가족 간의 사랑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40대 후반부터 50·60대까지의 중·장년층이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찍혔던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오는 젊은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단지 오래된 영상이 아닌 자신과 자녀 및 부모형제의 소중한 추억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다. 빠르게 변화해 가는 사회 속에 옛 추억의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방식으로 보존하는 이러한 서비스는 잊고 있었던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