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블랑제 “빵도 사람도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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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블랑제 “빵도 사람도 뭉쳐야 산다”
핫이슈 강북의 동네 빵집 공동브랜드 ‘디어블랑제’가 뜨는 이유는?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3.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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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쟁이 아닌 협업으로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동네 빵집들이 화제다. 서울 강북의 19개 동네 빵집이 연합해 만든 공동브랜드 ‘디어블랑제’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나아갈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발효 효모종 만드는 공동작업장 설립이 시초

서울시 도봉구 쌍문역 인근에 자리한 함스브로트 과자점에는 상호 외에 ‘디어블랑제’라는 또 하나의 간판이 달려있다.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개인 제과점들에게는 희망이 될지 모를 이름이다. ‘디어블랑제’는 서울시 자영업 협업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봉구·노원구 내에서 영업 중인 동네 빵집이 모여서 만든 일종의 공동브랜드다. 현재 19개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 중이며, 점차 참여 회원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디어블랑제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8호 제과명장인 함상훈(59) 명장을 주축으로 6개 업체가 모여 자연발효 효모종을 생산하는 공동 작업장을 만든 것이 그 시초다. 지난 주말 함스브로트 과자점에서 만난 함상훈 명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할 수 없는 일을 고민하다가 자연발효 효모종을 이용해서 빵을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연발효 효모종으로 빵을 만들면 고유의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산균이 풍부해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건강한 빵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소비자를 생각하며 협업한 것이 성공 비결

이런 장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자연발효 효모종을 만드는 기계는 가격이 비싸고, 일정한 분량을 주기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자연발효 효모종으로 빵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함상훈 명장은 “이런 점을 착안해서 자연발효 효모종을 만드는 기계를 구매하고 공동작업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몇 년간은 참여 업체 수가 적어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또 중간중간 회원사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디어블랑제가 있을 수 있는 비결은 좋은 빵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과 지역 내 제과점들의 협업 덕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디어블랑제 공동작업장에서 만들어진 자연발효 효모종과 반죽은 냉동탑차에 실려 매일 19개 회원사로 배달된다. 이런 노력은 쇠퇴해 가는 지역 내 소규모 제과점에 활기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자연발효 효모종으로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 수 있고 ▲ 빵을 제작하는 시간을 단축해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작업장 임대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거의 원가에 자연발효 효모종을 공급하다보니 회원사 사장들이 느끼는 부담도 적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회원사 중에는 월 매출이 20% 상승한 곳도 있다고 한다. 
 

동네 빵집이 부활해야 지역경제가 산다

2013년  처음 제과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된 지 4년이 지났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일정기간 대기업의 시장 진출 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제과업은 2018년까지 보호를 받는다.) 
제도 시행 이후 제과점 창업 수가 증가했다는 긍정적인 통계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도의 울타리 내에서 안주하기보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여전히 대형 프렌차이즈와의 매출 차이가 크고, 최근에는 유명 해외 제빵 브랜드의 국내 진출 등 위기요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기회요인도 있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가 고급화 되면서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의 맛보다는 특색있고, 차별화된 제과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함께 뭉치면 산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준 디어블랑제의 협업모델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이와 같은 상생의 모델이 늘어난다면 동네 빵집의 생존기가 아닌 ‘성공기’를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민수 기자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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