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로역 새벽 인력시장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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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로역 새벽 인력시장에 가보니
[탐방] 국내 최대 새벽 인력시장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2.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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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 거리로 나서는 이들이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루하루 땀 흘리며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삶을 알아보고자 국내 최대 인력시장인 남구로역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서울 시내 곳곳에 형성된 새벽 인력시장

삶을 포기하기 전 마지막으로 새벽 인력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가족을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인력시장으로 나선 일용직 근로자들의 모습을 보고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아보라는 뜻이다.
일용직 근로자의 구직이 이뤄지는 새벽 인력시장은 양천구 신정동과 중랑구 면목동 등 서울시내 곳곳에 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 바로 구로구 남구로역 삼거리 일대에 형성된 ‘남구로역 새벽 인력시장’이다.
건설업이 호황이던 1970년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곳은 오늘날 한집 건너 인력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대규모 인력시장으로 성장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매일 새벽 3000여 명의 일용직 근로자가 이곳을 거쳐 간다고 한다. 일용직 근로자의 하루 품삯은 대개 일반공 11만 원, 목수 등 기능공 17~20만 원 선이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월요일 새벽에도 많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남구로역 일대에 모여 있었다. 상당수는 현장으로 가는 운송차량을 기다리는 중이었지만, 아직 일을 찾지 못한 근로자들은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경기 불황과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일자리 축소

이날 인력시장에서 만난 일용직 근로자들은 최근 경기 불황과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로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관우(가명, 45) 씨는 “중국인 근로자들이 현장 책임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중국인 위주로 일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2월은 날씨가 춥고,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도 겹쳐 대부분 중국으로 돌아간 상태지만, 3월이면 인력시장의 절반 가량이 중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기도 한다는 것이 근로자들의 말이다. 
한편,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사업자들 역시 나름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서주현(가명, 47) 씨는 “건설업 불황으로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평균 시세보다 1~2만 원만 싸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 또 작업을 준 의뢰인들이 근로자들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새벽 6시 반 정도가 되면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현장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일을 찾지 못한 이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한다. “비록 오늘은 일을 못 구했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아쉽지만 내일 또 나와야지”라는 한 근로자의 나지막한 외침과 함께 남구로역 인력시장의 치열했던 새벽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새벽 인력시장 겨울 쉼터 운영 내실 다졌으면 

최근 서울시는 시내 주요 새벽 인력시장 총 7곳에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겨울 쉼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비록 작은 천막과 난로 그리고 커피, 녹차 등이 전부지만, 추운 겨울 야외에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하는 취지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의 상당 수가 쉼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또 기자가 찾아간 월요일에는 남구로역 인력시장 겨울 쉼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적극적인 홍보와 안정적인 운영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알찬 프로그램의 부재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새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오늘날 비전형 근로자(파견·용역·일용직 근로자 등) 는 약 210만 명에 달한다. 비율로 따지자면 전체 경제활동인구에 약 11% 정도인 셈이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일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늘 싸우고 있다. 
최근 대통령 탄핵 심판과 함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많은 정치인들이 저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외치고 있다. 부디 말뿐인 공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약자를 향한 진심어린 관심과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아닐까.

강민수 기자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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