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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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를 아시나요?
현장르포 1930년대에 지어진 최고령 충정아파트에 가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2.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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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아파트가 많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아파트도 많은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어디에 있고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80년 된 아파트
 
서울에는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대단지 규모의 아파트 등 어딜 가더라도 도심 곳곳에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중 무려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파트가 있다. 보통 아파트는 30~40년이면 재건축을 위해 헐리는데 이렇게 오래동안 건재한 아파트는 어딜까? 바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에 위치한 ‘충정아파트’이다.
지난주 기자는 국내 최고령 아파트라고 알려진 충정아파트를 찾아가 보았다. 충정역 9번 출구로 나오면 고층 빌딩 사이에 5층짜리 녹색 건물이 눈에 띈다.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져 멀리서 봐도 한눈에 오래된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이 건물의 1층에는 카페, 편의점 등이 있어 언뜻 보면 낡은 상가 건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건물 입구에는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충정아파트’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당시 일본 건축가인 도요타 다네오의 이름을 따서 ‘도요타아파트’로 불렸다. 광복 후에는 미군 숙소와 호텔 등으로 쓰이기도 했다. 1975년부터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일반인들에게 분양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의 아파트와 다른 중앙정원형 내부 구조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충정아파트 건물은 허름해 보였고 외부에 있는 계단은 녹슬거나 중간이 잘려 있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건물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들어가 보았다. 어둡고 조용한 가운데 가장 먼저 거대한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개별난방을 하지만 당시에는 연탄을 때서 난방을 한 최초의 중앙난방시설이었다. 
또한 이 아파트는 현대의 복도식이나 계단식 아파트와는 달리 건물 중앙에 정원 공간을 비워두고 세 동의 건물이 중앙을 둘러싸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복도에는 빨래 건조대, 항아리, 박스 등 여러 물건들로 복잡했다. 요즘의 현관문으로 보수한 집도 있었고 옛날 나무문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집도 보였다. 
입구에는 ‘외부인 촬영금지’라는 공고가 붙어있었는데, 한 주민은 “최초의 아파트라는 유명세 때문에 사진 찍으려고 찾아오는 탓에 입주민들의 불편이 커서 공고를 붙여놨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40가구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데 주위의 다른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고 지하철역이 가까이 있는 등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에 낡고 오래되어도 이곳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배관이 녹슬거나 누수가 되는 등 아파트 노후로 인한 주민들의 어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아파트가 오래된 만큼 재개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는데 의견의 일치가 쉽지 않아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다시 짓는 것은 자원 낭비
 
 건물이 지어진지 80년이나 지났는데 그럼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충정아파트는 안전점검 결과 안전성 평가등급을 C등급(보통)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C등급은 주민들이 거주하기에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는 없고 부분적 보수·교체가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C등급 보다 더 낮은 등급을 받아 철거된 아파트도 많이 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교체 수명은 평균 27년으로 선진국들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짧다. 물론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재건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20~30년만 되면 노후 아파트로 불리며 재건축 추진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수명이 상당히 짧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부실시공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충정아파트는 그 자리에서 견고하게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충정아파트의 사례를 통해서 볼 때, 우리나라 건축물도 견실 시공 및 유지보수 등 관리에 조금만 더 마음을 쓴다면 선진국의 100년이 넘은 건축물처럼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100년 건축물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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