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열정이 넘치는 야학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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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열정이 넘치는 야학의 현장
[인터뷰] 30년 넘게 야학 교사로 헌신하고 있는 수원제일평생학교 박영도 교장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2.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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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에 크게 성행하며 교육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오던 야학(夜學)이 이제는 점점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수원제일평생학교는 아직도 53년간 야학의 명맥을 유지하며 배움의 공간이 되고 있다.

학생 대부분은 정규교육 받지 못한 노년층
 
배움에 목마른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야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엔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 대신 일터에 나가는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대비하기 위해 야학을 많이 찾았지만 이제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되면서 최근엔 제때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노년층들이 야학을 찾는다. 
지난주 기자는 이러한 학습자들을 위해 성인문해(文解)교육을 하고 있는 수원제일평생학교(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04번길 38)를 찾았다. 1963년 시작된 이 학교는 약 20여 년 전부터 박영도(57) 교장이 운영을 맡아오고 있다. “대학생 때 선배를 따라간 곳이 야학이었다. 당시 야학은 대학생들만의 낭만적인 문화였고 가르치는 것도 적성에 맞아서 시작했는데 그 일이 지금까지 3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박 교장은 야학과 연을 맺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야학 교사는 비영리 활동이다 보니 생계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따로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등 지금도 일을 하면서 야학 교사를 겸하고 있다.” 
박 교장은 오랜 시간 동안 야학 교사로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교육과학부 장관상에 이어 지난 10월에는 교보교육 대상도 수상했다.
 

배움을 감사히 여기는 제자들, 봉사활동의 원동력
 
현재 수원제일평생학교에는 250여 명의 학생이 성인문해교육과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60~70대 어르신들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해 낸 그에게 기억에 남는 특별한 제자는 누굴까? 박 교장은 자신이 가르친 모든 제자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젊었을 때 가르쳤던 제자들 중에는 의사나 한의사, 변호사가 된 사람들도 있다. 그것도 물론 자랑스럽지만 지금 이곳에 와서 배움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250여 명 학습자들 모두 특별하고 그들의 삶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이곳엔 40여 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다. 학교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소문을 듣고 찾아오거나 주위 분들이나 지자체 소개로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 중 반 정도는 현직 교사이고 나머지도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며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봉사자들이 야학 교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는 이곳에 오면 학습자들이 교사를 존경할 뿐만 아니라 배움에 대해 감사해 하니까 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박 교장은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학교가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교육 소외 계층에 더 많은 배려 있어야
 
 가르치는 보람도 있지만 학교를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이사만 4~5번은 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열악하다 보니 학습자들한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가슴 아프다. 엘리베이터라도 있으면 힘들게 계단을 올라오지 않아도 될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기본적 읽기, 쓰기 등 문해능력이 필요한 성인 인구는 260만여 명 정도라고 조사되었다. 하지만 기초 문해지식이 없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고 박 교장은 강조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교육에 소외된 계층이 많이 있다. 누구나 배우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가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각 교실마다 한글, 컴퓨터 등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평생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너무 답답해서 이곳을 찾았는데 늦은 나이에 배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하나씩 배워 갈수록 너무나 재밌다”고 말하는 한 할머니에게서 만학도의 열정과 진정한 행복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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