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은행잎이 남이섬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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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은행잎이 남이섬으로 간 까닭은?
줌인 도심의 낙엽을 모아 남이섬 송파은행길 조성, 관광수익 증대 등 1석 3조 효과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1.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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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곳곳의 낙엽거리는 가을의 낭만을 더해주지만 길거리마다 쌓여 있는 다량의 낙엽을 처리하는 것은 각 지자체의 큰 고민거리다. 하지만 송파구는 버려지는 은행낙엽을 남이섬으로 보내 재활용하고 있어 화제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길거리 낙엽 처리에 고심
 
붉은 단풍잎, 노란 은행잎 등 요즘 거리마다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보면 가을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삭막한 도심 거리 위의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의 낭만을 즐기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리 위로 떨어진 낙엽들은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이다. 하루 종일 쓸어내도 다음날이면 다시 쌓이는데 그렇다고 치우지 않을 수도 없다. 낙엽이 비에 젖으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데다 배수구에 들어가 쌓이면 상하수도 시설이 막히는 등 불편사항이 속출하기 때문에 환경미화원들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낙엽의 처리는 골칫거리이다. 
이러한 고심 속에 송파구(구청장 박춘희)에서는 처리에 애를 먹는 은행잎을 남이섬으로 보내고 있다. 1년에 1천 톤 정도 발생하는 송파구 낙엽은 대부분 매립이나 소각형태로 처리되어 왔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가을마다 남이섬으로 보내진 은행잎은 관광객들에게 낭만을 선물하는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또한 가로변 낙엽을 모아 농가로 보내 친환경 농사용 퇴비로 재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남이섬과 농가에 낙엽을 선별해 보냄으로 연간 발생하는 낙엽 처리비용 1억 원을 절감하는 등 송파구는 1석 3조의 효과(관광수익, 천연퇴비, 낙엽 처리비용 절감)를 거두고 있다.
 
남이섬에 뿌려진 은행잎, 가을정취 물씬
 
지난 주, 기자는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 중앙에 늘어선 100미터 남짓한 ‘송파은행길’을 찾았다. 이 길은 이미 송파구에서 지원받은 고운 은행잎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남이섬은 지역 특성상 나뭇잎이 금방 지는 등 가을이 짧고 겨울이 빨리 오는 탓에 낙엽이 풍성하게 쌓인 낙엽거리를 연출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일찍 져버린 남이섬 은행잎을 대신해 송파구 은행잎은 관광객들에게 가을의 낭만을 오래동안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날은 평일임에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와 은행잎 위에 앉아 기념 촬영을 하고 은행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온 하이드(27, 여) 씨는 “동남아에서는 한국의 가을과 같은 계절이 없다. 그래서 노랗고 빨간 낙엽을 볼 수 없는데 여기 남이섬에 와서 은행잎을 밟아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은행잎이 남이섬에 뿌려지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왜 송파은행길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관광객은 “은행잎이 나무에서 떨어져서 쌓인 줄 알았지 송파구에서 보내진 것인 줄은 몰랐는데 도시의 낙엽을 이곳에서 느끼니 색다르다”고 전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처치 곤란했던 낙엽이 발상의 전환으로 곳곳에 쓰임새 있는 보물로 대우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송파은행길이 오랫동안 지속돼 환경에 대한 선도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
 
버려지는 낙엽이 관광상품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남이섬 前 대표 강우현(63) 씨의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한 경영혁신도 한 몫 거들었다. 강 대표는 버려진 고철이나 유리를 녹여 다시 쓰거나 폐목과 빈병들을 재활용해 남이섬을 예술적인 재활용의 섬으로 변화시켰다. 그의 창조경영은 남이섬을 먹고 마시는 유원지에서 문화예술과 자연생태가 어우러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수거되는 낙엽은 30만 톤에 이르지만 절반 이상은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남이섬의 이런 성공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각 지자체에서도 낙엽을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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