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한 달… 변화되는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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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한 달… 변화되는 한국사회
핫이슈 청렴사회 구현을 위해 첫발 내딛은 부정청탁금지법의 明과 暗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1.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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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아직은 법 시행 초기라 혼란도 있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여론이다.

불필요한 접대문화 이제는 NO~
 
“외부기관이나 계열사와 협력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식사 자리를 종종 갖게 되는데 김영란법이 발효되면서 식사 자리가 줄어들거나 있어도 각자 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고 청탁에 대해서도 거절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생겼다.” 어느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지은(34) 씨의 말이다.
지난 9월 28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뽑게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며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부정청탁 혹은 직무 관련성·대가성 상관없이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시행 초기이지만 우리 사회 곳곳의 잘못된 관행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직장인들의 저녁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불필요한 접대문화가 사라지면서 저녁 약속과 술자리가 대거 줄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각종 모임과 회식이 줄어든 대신 가족과 함께 하는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 늘어나고, 취미생활을 갖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소비 위축 심화, 외식·화훼 업계 등 매출 감소 현상
 
그러나 이러한 사회문화의 긍정적 변화에 반해 법 적용 대상자들이 지나치게 조심하는 분위기 때문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영란법 시행이 경제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10점 만점에 3.88점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이어 김영란법으로 많은 중소·영세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와 화훼업계는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이 크게 감소했고 회식이나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대리운전 및 택시업계에도 불황이 찾아오는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그동안 대리운전 이용자가 많은 지역인 여의도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주문 요청이 5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문화·공연계 또한 비상이 걸렸다.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는 클래식 공연이나 오페라의 경우, 기업들이 후원하고 후원액에 해당되는 유료 초대권을 제공받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기업들은 이렇게 확보한 티켓을 고객이나 협력사에 나눠주며 문화마케팅에 활용해왔다. 그런데 이런 관례를 따르다가 티켓이 김영란법 대상자에게 제공되면 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티켓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공연장은 김영란법 선물 상한액 5만 원이 넘지 않는 티켓을 만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모호한 법 규정에 사회 곳곳에 혼란 발생 
 
현재까지 김영란법과 관련 법 적용 대상자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법 취지에 동감하며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아직은 시행 초기로 법이 정착되지 않은 만큼 많은 혼란도 생겨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직무 관련자라면 대가성이 없어도 모든 금품 수수가 금지된다고 밝힘에 따라 감사의 의미로 표현한 음료수나 떡, 과일 등이 신고의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박지영(39, 서울 서초구) 씨는 “학교에서 운동회 때 간식이나 음료수 등 어떤 것도 가져오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예전엔 간식을 싸가서 선생님이나 아이들끼리 함께 나눠 먹기도 했는데 김영란법 이후로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오히려 사회가 삭막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은 청렴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지만 한편 그 적용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간관계 위축, 서민경제 침체 등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법 적용에 따른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사회 상규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등 미흡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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