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속 사각지대 중도입국 자녀들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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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속 사각지대 중도입국 자녀들의 실상
줌인 절반이상이 미취학, 사회와 고립 돼 심리적 어려움 겪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0.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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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및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들과 함께 입국한 자녀 즉, ‘중도입국 자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가 한국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016년 중도입국 자녀 7418명, 4년 새 2배로 급증
 
부모님을 따라 몽골에서 온 ‘자야(가명)’는 대부분의 시간을 좁은 단칸방에서 홀로 보낸다. 열두 살, 원래대로라면 학교에 가야 하지만 한국어를 거의 모르는 소녀에게 한국 학교는 너무나 높은 벽이다. 자야처럼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국제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이주 한 이들을 ‘중도입국 자녀’라고 부른다. 
최근 국내 중도입국 자녀 수는 2016년 기준 7418명으로, 4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초·중·고등학교 및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만을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 학교 밖 중도입국 자녀를 포함하면 약 1만 2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여성가족부는 추정하고 있다. 
마땅히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야 할 청소년기에 있는 그들에게 한국사회의 벽은 왜 이리 높은 것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 대부분이 한국 국적이 없어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각종 관계 규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외국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후 한국사회로 진입하다 보니,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에 배타적인 우리 사회 분위기 역시 그들의 정착을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다. 
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도입국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유로 ▲학교생활과 문화가 달라서(27.1%) ▲학교 공부가 어려워서(22.3%) ▲돈을 벌어야 해서(17.2%) 순으로 나타났다.
 
“정보 부족·불완전한 체류 형태로 불안감 느껴”
 
중도입국 자녀들의 한국 사회 부적응은 당사자는 물론 우리 사회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예민한 청소년기를 사회와 고립되어 생활하다 보면 정신건강 악화는 물론 범죄와 탈선 등 각종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도입국 자녀의 정착을 돕고 있는 ‘무지개청소년센터’ 허수경 초기지원팀 팀장은 “많은 중도입국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대한 정보 부족과 불완전한 체류 형태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진로와 취업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같은 센터 김중훈 통합지원팀 팀장은 “중도입국 자녀는 아니지만, 탈북자 부모가 제3국가에서 출생시킨 자녀 역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는 중도입국 자녀들의 정착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을까? 영국은 중도입국 자녀를 일정기간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는 제도를 시행 중이며, 호주의 경우에는 중학교 수업에 전담 통역사를 배치해 중도입국 자녀들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래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재로 키워 나가야
 
전문가들은 중도입국 자녀들이 앞으로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2개국 이상의 언어 사용이 가능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한국 사회 정착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88올림픽 당시 온 국민이 함께 불렀던 노랫말 속 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외로움과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도입국 자녀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다면 그들이 미래 대한민국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을까? 중도입국 자녀에 대한 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이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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