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cm 끈에 마음을 연결해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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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cm 끈에 마음을 연결해 달립니다”
[인터뷰] 시각장애인과 15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마라톤 감독 안기형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0.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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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뛰어온 안기형 감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매주 토요일 마다 시각장애인들의 운동을 도와온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서의 첫 만남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의 회사원 안기형(53) 씨는 15년째 시각장애인들에게 달리기를 가르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시각장애인과 짝을 지어 서울 남산 산책로 7㎞를 달린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50㎝. 길지도 짧지도 않은 끈은 두 사람의 신뢰로 연결돼 있다. 시각장애인은 함께하는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하고, 이끌어주는 사람은 철저히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 마라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란 타이틀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돕고 함께하는 운동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안 감독이 처음부터 시각장애인들 감독을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87년 현대모비스 실업팀에서 은퇴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던 그는 2002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에 한 시각장애인 이용술 선수와 만나게 되었다. 안 감독은 “그 당시 이용술 씨는 저에게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시각장애인들에게 마라톤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도 그 얘기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작은 작은 부탁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안 감독은 15년이란 긴 시간동안 끊임없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마라톤을 지도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믿음을 갖고 달려야 하는 운동    
 
안 감독이 처음 시각장애인들과 운동을 시작했을 때 첫 수업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자, 다리를 쭉 펴세요, 다음은 무릎….”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체조 동작도 잘 따라하지 못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 같은 동작들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안 감독은 고민 끝에, 체조 동작을 선보이는 자신의 몸을 시각장애인들에게 만져보도록 했다. “처음부터 달리기를 가르치진 않았습니다. 먼저 체조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회원들에게 당분간은 스트레칭만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3주 만에 스스로 스트레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도 안 감독은 시각장애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눈을 가리고 뛰어보기도 했다. 경험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눈을 가리고 달리기를 하는데 주변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조그맣게 패인 길도 볼 수 없으니 발이 깊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난 뒤 안 감독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뛸 사람들에게 직접 지도를 하기 시작했다. “만약 시각장애인 선수와 코너를 도는데 그 선수에게 코너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은 직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가이드와 부딪혀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시각장애인을 가이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자 회원들의 달리기 실력도 쑥쑥 늘었다. 그 곳에 참여한 중학교 2학년 김준석 군은 “운동을 한 지 8개월이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자세도 좋아지고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달리기 통해 한계를 뛰어넘는 시각장애인들 
 
안기형 감독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뛰는 것을 봉사라고 하지 않는다. 안 감독은 “저는 오히려 그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저를 필요로 해주기 때문에 꾸준히 함께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15년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달리기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목표를 이루는 운동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더욱 힘든 운동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넘어서 자신을 가이드 해주는 사람을 믿고 달리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50cm의 끈에 담긴 정신은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의 몸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희망임이 분명하다. 
 
이현주 기자 julees43@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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