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은퇴 남성들의 애절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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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은퇴 남성들의 애절한 자화상
핫이슈 퇴직 중년 남성들의 상실감이 고독사로 이어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0.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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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다.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50대 은퇴 남성들이 설자리를 잃으면서 겪는 심리적 우울증과 불안감이 급기야 ‘고독사’라는 결과까지 가져오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은퇴남성증후군’이란 신조어 등장 
 
서울시 은평구에 사는 김영식(가명, 55) 씨는 2년 전 구조조정으로 본의 아니게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50대 은퇴남’이 된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지만 현재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서 친구를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 또 못다한 취미생활을 할 계획도 세워보지만 즐길만한 취미도 찾지 못해 우울한 기분까지 든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한답시고 이것저것 준비해 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가족들도 각자의 삶에 바쁘다 보니 소외감마저 든다. 
‘은퇴남성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은퇴로 겪는 인간관계의 변화로부터 생기는 우울증으로 설명되고 있다. 최근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각 기업의 구조조정뿐 아니라 조선업계의 위축, 조기 은퇴자들까지 700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줄줄이 은퇴하고 있다. 100세 시대가 열렸지만 이들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일자리를 잃고 경제력을 잃은 상실감과 공허감으로 이같은 심리적인 병을 앓고 있는 5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심리적 불안감이 ‘50대 고독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2014년 KBS파노라마 ‘한국인의 고독사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9%로 가장 높았으며 노인층 70대 고독사 9.1%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관계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계빈곤’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흔히 직장 남성들은 명함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즉 명함이 자신을 설명하는 대명사였다가 그 명함이 사라지면 주변인도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인생이 낯설어진 남자를 위한 심리학 ‘중년의 배신’ 저자 한국심리치료상담학회 김용태 회장은 “여성은 정서적 관계를 중시하고 남성은 파워 관계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남성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누가 나보다 센가, 누가 나보다 권력이 있는가?’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조직사회에서는 잘 적응하지만 일반적인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는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특히 50대 남성들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경제적 빈곤에 쉽게 사로잡히는 것도 안타까운 현상 중 하나이다. 직장을 잃은 가장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등의 사고방식이 가정의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50대 남성의 고독사 경우 보통은 이혼을 하고 직장을 잃고 지병을 앓다가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65세 이상의 독거 노인들은 돌봄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전화를 하거나 한 달에 두 번 방문하는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65세 이하의 중년들은 그런 복지정책 대상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서 고독사율이 더 높은 것이다. 
 
평소 사회적 유대감이 형성이 중요 
 
50대 은퇴 후 남성들의 정서적, 경제적 안정을 위한 사회적 차원의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퇴직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생 
2막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 특히 ‘실버인재센터’는 일을 통해 보람을 찾고 지역사회에 봉사하자는 취지로 설립되어 현재 1700여 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현재 퇴직자들의 재취업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영국의 ‘펍(Pub)’의 경우 ‘공공의 집’이란 뜻으로 누구나 들어가 같이 음식을 먹으며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주로 남성들이 찾는 사귐의 장소이다. 지난 9월 국내에서도 서초아버지센터(센터장: 윤나라)라는 아버지들의 전용 놀이 공간이 생겼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50대 아버지들의 지친 마음을 힐링시켜주고 아버지들의 사고방식 전환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이렇듯 은퇴한 50대 남성들의 고독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은퇴자들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이 아닌 성취감과 만족감을 위한 재취업을 준비하고 또 평소에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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