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역사상 최대 위기 맞은 거제도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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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역사상 최대 위기 맞은 거제도에 가보니
현장르포 거제도 탐방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07.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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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울산, 거제 등 대형 조선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 가고 있다. 더욱이 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라 앞으로 그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현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국내 조선업의 중심지 경남 거제시를 찾아가 보았다.

반토막난 매출, 깊어진 거제시 자영업자들의 한숨
 
지난 토요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평동의 한 치킨집은 평소 같았으면 손님들로 북적였을 가게가 텅 비어 있다. 이곳에서 수년째 치킨집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명자(가명) 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작년에 비해 매출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 선주들도 자주 찾아오곤 했었는데 얼마 전부터 발길이 뚝 그쳤다. 요즘 같아서는 너무 장사하기 힘들다. 누구든지 외국에서 배를 수주해 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싶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老사장의 말을 뒤로 하고 거리로 나서 보았다. 
거리는 한산했고 다른 자영업자들의 형편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몇달 전 서울에서 거제도로 이주해 자영업을 시작했다는 어느 부부의 얼굴은 더욱 근심스러웠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이런 어려움이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국내 조선업의 불황 원인은 거시적인 영향이 크다. 유례없는 저유가와 세계경제의 침체가 해양 시추산업의 불황으로 이어졌고, 이와 관련된 유조선, 시추선, 해양프랜트를 주력으로 생산해 오던 국내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와의 출혈경쟁, 그리고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까지 더해져 오늘날 국내 조선업의 뿌리가 흔들리는 심각한 위기를 만들어 냈다.
 
조선업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거제시에서 만난 S조선소의 근로자는 “조선소에 수주량이 없어 무급 휴가 중이다. 이번 기회에 퇴직을 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그나마 아직 남아 있는 수주 잔량이 있어서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남은 수주 잔량의 발주마저 끝나면 진짜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해외 선주들이 위약금을 감수하면서 수주를 취소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배를 자국으로 가져가 봐야 유지, 관리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차라리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D조선소 근로자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힘든 시기는 시작도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월급이 나오지 않나. 본격적인 정리해고가 시작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때문이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수출이 침체되더라도 내수물량을 통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제반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하다고 한다.  
 
정부·기업·국민 한 마음되어 위기 극복해야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1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중 2조 3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해경함정과 군함 등 61척을 발주해 조선업 회생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그리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6만여 명의 실업자를 위해 향후 1년간 약 4700억 원의 고용보험기금을 투입하고, 관련 업종으로의 이직과 전직, 귀촌 등을 지원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또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직자들을 시작으로 조선소 인근지역으로의 휴가를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오늘날 우리 조선업이 맞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기업·국민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길밖에 없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각자의 주장을 내려놓고 함께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원동력은 과거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일군 우리 국민들의 불굴의 정신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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