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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탐방] 통신중계서비스로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손말이음센터를 찾아가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05.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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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은 청각·언어 기능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통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입과 귀가 되어 주는 손말이음센터 중계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PC·영상통화·휴대폰을 이용한 실시간 중계서비스

음식 주문하기, 숙소 예약하기... 일반인들에겐 언제든지 전화로 문의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다. 하지만 전화통화가 어려운 청각·언어 장애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통화가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비장애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손말이음센터’이다.
지난 주, 기자가 찾은 손말이음센터(서울특별시 중구 청계천로14)에서는 수화로 동시통역을 하는 중계사 20여 명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고객 응대를 하고 있었다. 수화를 의미하는 ‘손말’과 양방향 소통을 지원한다는 의미의 ‘이음’을 붙인 손말이음센터는 2005년에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농아인들이 문자나 수화로 의사를 전달하면 중계사가 비장애인에게 음성으로 내용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이다. 107번호로 연락하거나 PC를 통해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작년부터는 스마트폰 전용 앱도 개발돼 이용자들이 많이 늘어나 하루 평균 이용 건수가 2,000여 건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손말이음센터를 필요로 하는 청각장애인들은 홈쇼핑 주문부터 구인·구직 문의, 병원예약, 긴급 구호 요청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해달라는 따뜻한 요청도 있다. 

전용 107번호, 광고나 사기전화로 오해하기도
 
손말이음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대부분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수화에도 신조어가 생겨나기 때문에 이들은 계속해서 교육받으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센터가 설립될 때부터 같이 일해 온 서영(41) 손말이음센터장은 “대학교 때 동아리를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쪽으로 진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관련 전문 인력들이 많이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아쉬움도 전했다. 
또한 중계사들이 겪는 고충과 어려움도 많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수신 받는 107번호가 생소하다 보니 의심을 가지고 대하거나 광고나 보이스피싱처럼 사기전화로 생각해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등의 공격적 반응을 보이면 중간에서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힘든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남다른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직접 소통하듯 감정과 의견 그대로 전달
 
요즘 스마트폰의 발달로 앱이나 문자를 사용해도 되는데 굳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수화는 우리가 쓰는 국어 문법과는 다르다.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어휘력이나 문장력이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들의 언어로 더 자유롭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려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중계사들은 비장애인들이 청각장애인들과 언어가 다르다는 인식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중계사는 비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사이에서 자신은 없는 듯이 이용자의 감정이나 기분을 서로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1인칭으로 전달한다. 김현정(30) 중계사는 “물건을 구입하면서 가격을 할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분이 있었다. 사실 저는 그런 말을 못하는 성격이지만 고객의 요구대로 얘기했다”며 감정이나 어조 등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침은 청각장애인들이 남의 도움이 아닌 자신이 직접 말을 전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서영 센터장은 “이 서비스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물론 중계사의 도움을 받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내가 스스로 음식을 주문했다, 내 힘으로 뭔가를 해냈다’며 만족해 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고 전했다.
헬렌 켈러는 ‘시각장애는 사물과의 단절을, 청각장애는 사람과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소통의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27만여 명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손말이음센터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전령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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