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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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식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현장르포 [탐방] 서울 이동노동자들의 삶, 그 현장에 가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04.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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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가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임시 개소했다. 앞으로 이곳은 고된 야간노동에 시달리는 이동노동자들의 안식처가 됨은 물론,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동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 최근 문 열어
 
서울시 서초구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거리는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룬다. 크고 작은 기업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가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밤 9시, 거리를 가득 메웠던 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발길이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지금부터 새벽 2시까지가 대목이에요. 이때 일을 못 잡으면 힘들어져요” 스마트폰으로 중개업체의 호출을 확인한 김주용(남, 51) 씨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들처럼 업무장소가 일정하지 않고, 대부분의 노동이 이동을 통해 이뤄지는 이들을 ‘이동노동자’라고 부른다.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다 보니 마땅히 쉴 곳이 없다. 그래서 24시간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최근 서울시가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휴식 공간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를 개설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노동권익센터의 이종호 교육홍보팀장은 “추운 겨울 은행 자동화코너 안에서 호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오랜 준비 끝에 쉼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앞으로 금융복지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해 이동노동자들의 진정한 쉼터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폭에 시달리고 고된 야간노동에 한숨
 
이곳을 이용해 본 대리운전 기사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워 했다. 2년 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김회성(남, 48) 씨는 “시설이 깔끔하고, 안마기·족욕기 등이 갖춰져 있어서 너무나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동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죠”라고 이용 소감을 말했다. 
대리운전 시장은 88올림픽 이후 음주단속이 본격화 되면서 본격적으로 싹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후 경제성장과 체계화된 전문 업체의 등장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침체와 달라진 음주문화 등의 이유로 시장이 포화되면서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흔히 대리운전 기사를 ‘을(乙)중에 을(乙)’이라 부른다. 알선업체와 대리운전 이용자 사이에서 대리운전 기사는 양쪽 모두에게 ‘을’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가운 것은 이들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고용·산재보험 등 기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주로 취객을 상대로 장시간 야간운전을 하다보니 교통사고와 승객들의 주폭과 폭언, 요금시비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밖에도 끊이지 않는 알선업체와의 수수료 갈등, 과다한 보험료 등도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는 것들이다.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교통수단 절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밤도 수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밤거리로 나선다. 4년째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최성길(남, 48) 씨는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어쩔 수 없죠.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이 나이에 마땅히 일할 곳이 없잖아요”라며 대리운전에 종사하는 이유를 말했다.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주로 새벽에 퇴근을 하는데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요. 사설업체가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지만 운전을 거칠게 해 불안합니다. 퇴근이라도  편히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현재 전국의 대리운전 기사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오늘밤도 생계를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밤이슬을 맞으며 거리를 누빌 것이다. 이번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개소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그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여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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