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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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따라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04.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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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예전에 혼자 일본 큐슈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다. 하루는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있는 ‘하우스텐보스’라는 테마파크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저녁 늦게서야 유스호스텔로 출발했다. 버스는 끊겼고 택시는 요금이 비싸 그냥 지도를 보며 걸어갔는데, 가다 보니 집들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 가로등도 없어 주변이 캄캄했다. 길은 인도가 없는 산고개로 이어지고 있었다. ‘설마 관광객들이 찾는 유스호스텔이 이런 산중에 있을까?’라는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지도상에는 약 1km 거리를 더 가면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비록 필자는 29살의 건장한 청년이었지만 아무도 다니지 않는 낯선 곳의 어두운 밤길을 걷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뒤돌아 가서 아까 지나쳤던 파출소에 들어갔다. 경찰은 내가 보여준 지도를 따라 가면 유스호스텔이 나온다고 하면서 좀 더 상세히 그린 지도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길은 내 느낌과 상관이 없다. 넓은 8차선에 크고 보기 좋은 빌딩 그리고 공원이 밝은 햇살 아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처럼 인생의 길을 가다 보면 비를 맞으며 음산한 곳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지도를 믿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면 내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


박문택 변호사/ 법률사무소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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