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돈으로 해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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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돈으로 해결하죠”
연재 트렌드2015 - ② 최근 동행·돌봄·역할 대행까지…부탁을 사고파는 생활서비스 급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11.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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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공동체의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면서 이제 다양한 노동과 서비스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바쁜 현대인들 위한 서비스 수요 증가 추세
 
언제부턴가 목욕탕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등 좀 밀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말이 생소하게 들린다. 어느 관광지를 가도 “저기, 사진 한 장 부탁드려요”라는 말 대신 셀카봉을 이용해 스스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과 다르게 ‘부탁한다’는 말을 점점 망설이게 되면서 남에게 부탁할만한 사소한 일도 돈을 주고 사는 서비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35)는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직장 근처에 위치한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는 싱글족이다. 그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아 심부름센터를 자주 이용한다. 이 씨는 “형광등을 교체하거나 노트북 케이블에 문제가 생길 때와 같은 사소한 문제는 물론, 갑자기 몸이 아파 약국이나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울 때도 종종 심부름센터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생활서비스 시장에서는 ‘띵동’, ‘대신맨’, ‘딜리버리코리아’ 등 많은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은 기본적인 서류 전달은 물론 바퀴벌레 퇴치와 쓰레기 대신 버려주기, 업무대행, 길거리 음식 배달 등 고객들의 어떠한 요청이라도 신속하게 처리해 주고 있다. 
또한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세탁 대행 서비스를 선보이는 업체도 있다. ‘세탁특공대’는 세탁소에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 앱으로 세탁물을 주문받고 대신 거둬 세탁한 후, 24시간 내 배달까지 완료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우려 목소리 높아
 
사회가 핵가족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도움을 받지 않고 비용을 지불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케어와 동행을 접목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디언엔젤스’의 이상화 상담실장은 이러한 서비스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동행 서비스를 요청하셔서 3층에서 업고 내려와 병원까지 동행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족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소한 도움 요청을 넘어 시급 남편, 질투심 유발, 욕먹기 대행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에 따라 각종 역할 대행 서비스가 영역을 확장하며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단돈 1만 원에 이별을 대신 전해주는 이별 대행 서비스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렇게 사람 간의 관계나 감정을 돈으로 사는 것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과 함께 범죄 이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서비스업 영역 확장이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물질만능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상당하다.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 육아 모임 큰 인기
 
이렇게 돈으로 부탁하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은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지고 이웃간의 정이 사라져 가고 있는 세태의 반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반면에 이웃과 함께 다양한 품앗이 활동으로 아이를 키우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양육품앗이 사업을 통해 형성된 한 모임은 부모들의 재능기부 및 마인드 교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모임의 회원들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키워주는 것 보다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이웃 부모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 모임의 리더 박수현(38) 씨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문제들을 맘키움 활동을 하면서 공동육아형태로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 가장 좋고 아이들에게도 공동체 의식이 자라는 걸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자식 간에도 아이를 봐달라는 부탁을 하기 어려워지는 요즘 사회에 젊은층 엄마를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새로운 모임 등장은 학부모 사이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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