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졸업 후 다시 전문대로 그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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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졸업 후 다시 전문대로 그들은 왜?
기획 스펙보다 실속, 취업난에 전문대 바람이 분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10.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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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에 유리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전문대에 입학하는 이른바 ‘유턴(U-turn) 입학생’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취업률 제고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취업대란에 유턴 입학생 매년 증가
 
4년제 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권모(24) 씨는 졸업 후 전문대학에 재입학했다. 권 씨는 재입학을 결심한 이유로 취업난을 꼽았다. “미술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미술을 계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미술 다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유아교육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지속되는 취업난에 권 씨처럼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가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유턴 입학생이 최근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현재 5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102명이었던 유턴 입학 학생은 2015년 1,379명으로 25%나 늘었다. 
이같이 유턴 입학생이 증가하는 것은 일반대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직업교육을 강화한 전문대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지난해 전문대 졸업생 취업률은 평균 61%로 일반 대학교 취업률 52.6%보다 8.4% 높았다. 일부 전문대는 전문대학 이상 또는 동등 학력 소지자에 한해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을 만큼 유턴 입학이라는 현상은 지속적으로 장기화될 전망이다.
 
취업 잘되는 학과 강세, 간호학과·유아교육과 등 인기 
 
유턴 입학은 대부분 관련 직종 취업률이 높은 과에 집중된다. 전문대학 재입학자가 선호한 학과는 간호학과, 유아교육과, 물리치료과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학과 같이 취업이 잘 되는 전문대는 유턴 입학생이 2배로 껑충 뛰었다. 
이런 현상과 함께 최근 전문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4년제 대학 못 가면 전문대’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우수학생들도 전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학부모들도 자녀에게 전문대 진학을 진지하게 권유하고 있다.
전문대는 일반 대학보다 1년 또는 2년 일찍 취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무 위주의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습득하고 직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취업률만 높은 것이 아닌 양질의 취업이 많아지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1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한 윤선아(35) 씨는 4년제 대학(한국해양대학교)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대구보건대에 입학했다. 윤 씨는 학과 수석으로 졸업하고, 물리치료사 국가고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졸업과 동시에 대구보건대학교병원 물리치료사로 취업해 현재 소아물리치료실에서 근무하며 물리치료학과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그는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기능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며 진로를 잘 바꾸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두 번 다녀 학비 등 부담 가중
 
전문대로 재입학을 한 학생들은 기업들이 실무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는 전문학교 학생이 취업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대구보건대 관계자는 “4년제 대학이라는 스펙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소신을 갖고 학과를 선택한다면 전문대에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전문대 재입학 시 학과를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할 것을 권했다. 
한편 4년제를 졸업한 뒤 다시 전문대를 입학하는 만큼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있음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유턴 입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용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 유턴 입학생들은 4년 동안 이미 학비·생활비 등으로 약 2,288억 원을 부담했고, 향후 전문대를 졸업하기 위해 추가로 약 1,600억 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기홍 의원은 “정부는 청년취업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보여주기식이 아닌 근본적인 청년취업난 해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고 스펙으로 취업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본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전문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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