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되니 고향 생각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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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되니 고향 생각 나네요~
특집 [추석특집 1] 생존 위해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 난민 줌머인을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09.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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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다문화 주민들과 함께하는 명절 풍경이 낯설지 않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낯선 타지에서 명절을 보내는 방글라데시 줌머인을 만나보았다.
*줌머인(JUMMA):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사는 11개 소수민족

김포 양촌읍에 뿌리내린 줌머인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는 방글라데시 줌머족들이 거주하는 작은 공동체가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들은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외국 ‘난민’이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된 이후, 파키스탄 관할 지역으로 편입된 줌머인들은 방글라데시의 다수를 이루는 벵갈리인들과 함께 독립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방글라데시 정부가 수립되었고 종교 및 언어와 문화가 다른 줌머인들은 자치권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벵갈리인들의 인종차별과 종교탄압 등 인권유린과 박해를 피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난민의 길을 걷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으로 이주해 온 줌머인들은 김포 양촌읍 일대에 자리를 잡았고 현재 약 100여 명의 줌머인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그 중 70여 명이 난민 지위를 획득했고 나머지는 난민 신청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한 후로 난민 신청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난민 인정률은 낮은 편이다.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우선 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하고 기초생활수급자도 될 수 있다. 이곳에 사는 줌머인들은 모여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소개로 근처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고향이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어요” 
 
지난 13일, 양곡리에 위치한 재한줌머인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가정집처럼 보이는 사무실에는 다양한 책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곳은 재한줌머인연대 사무실이기도 하지만 줌머인들을 위한 작은 규모의 도서관으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또한 줌머인들은 주말이면 이곳에 모여 한국어 교육을 받기도 한다. 
재한줌머인연대 사무국장인 초토(34) 씨를 만나 한국에 오게 된 사연을 들었다. 그는 7년 전 치타공 지역에서 자치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한국으로 쫓겨 오게 되었다고 전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언어나 문화가 달라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히 아파서 병원 치료가 필요할 때는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이 어려워 치료받기가 쉽지 않았다”며 한국 생활의 힘든 점을 토로했다. 
추석을 앞두고 명절에는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그는 한국 사람들처럼 음식도 만들어 먹고 줌머인들끼리 모여 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방글라데시에 남은 가족이 그리워서 전화로 안부를 묻고 외로움을 달랜다고 했다. “고국에 가고 싶지만 아직은 체포될 수 있는 몸이기 때문에 한국 국적을 취득해 가고싶다”며 그의 바람을 전했다.
 
매년 전통문화 보전 위해 축제 개최
 
줌머인들은 비록 난민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의 전통문화 보호를 위해 매년 4월이면 방글라데시 설인 ‘보이사비(Boi-Sa-Bi)’ 행사를 개최한다. 보이사비는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산악지대에서 열리는 줌머 소수민족들의 가장 큰 축제이다. 실제 치타공에서는 이날 한 해 동안의 힘든 일을 다 떠나보내는 의미로 꽃들을 강에 띄워 보낸다. 또한 가족 친지들이 모여 함께 전통 떡을 만들어 먹고 집집마다 방문해 음식과 전통놀이, 공연 등을 즐긴다. 이들은 보이사비를 통해 줌머인의 정체성과 문화, 그리고 줌머 민족의 단결을 도모하지만 무엇보다 고향의 평화와 정치적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줌머인 부디 프리요(34) 씨는 “2002년부터 재한줌머인연대를 통해 줌머인들의 인권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를 단지 난민이나 외국인으로 보지 않고 같은 이웃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한국 사람들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최근 시리아의 난민 문제가 전 세계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또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고국에서 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타국으로 망명해 올 수 밖에 없었던 줌머인들의 실상을 이해하고, 우리 주변의 또 다른 소외된 이웃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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