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젊음의 거리 문화는 떠나고 특구만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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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젊음의 거리 문화는 떠나고 특구만 남다
기획 젊은이의 문화특구로 떠오르고 있는 홍대, 개성있는 소규모 영세업자 설자리 잃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09.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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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젊음을 대표하는 거리 홍대, 이대 앞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내몰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독특한 추억과 문화·예술이 공존했던 거리가 최근 들어 사라지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에 소상인들 내몰려
 
최근 홍익대학교와 이화여대 앞 거리의 상가를 누비다 보면 “계약이 종료되어 다른 기회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글귀를 종종 볼 수 있다. 
“홍대 거리가 워낙 유명세를 타다보니 임대인들의 힘이 더해지는 거죠. 대기업들은 임대료가 높아도 브랜드 가치 때문에 입점하려다보니 소상인들이 내몰리는 거죠.” 홍대 거리의 부동산 관계자들 얘기다. 기자는 지난주 최근 홍대나 이대 앞 소상인들이 높은 임대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폐업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홍대 거리를 둘러보았다. 37년째 홍대 앞에서 운영되고 있던 사진관도 최근 폐업하게 되었고, 한 때 체인점을 낼 만큼 장사가 잘 되었던 식당도 문을 닫게 되었다고 했다. 
부동산114에서 집계한 서울 주요 상가 월 임대료 추이(만원/1㎡)를 보면 지난해 1분기에서 올 2분기까지 이태원은 70.5%, 종각역 50.2%, 홍대 앞 34.2%, 신사역 25.9%, 압구정 19.3%, 강남역 1.7%씩 각각 임대료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섭게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많은 소상인들은 폐업을 하거나 밖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들이 나가기가 무섭게 카페, 편의점, 화장품 매장 등의 유명 프렌차이즈점이 속속 들어와 자리를 메우고 있다. 
 
독창적 문화공간 사라져 아쉬워
 
1990년대 말 홍대 주변은 미술학원이 모여 있던 곳이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크고 작은 축제가 활성화되었고, 젊은 작가들이 거리에서 직접 대중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열었다. 인디밴드와 실험예술 등 독창성을 가진 젊은 예술인들과 소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공간을 형성했다. 그러면서 홍대 거리는 ‘젊은이들의 대표 거리’, ‘예술의 거리’로 불리게 되었다.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가 누렸던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번영의 시기를 가리켜 ‘벨 에포크(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라 부른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아름다운 시절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사라졌다. 최근 많은 상권이 프랑스 파리만큼은 아니지만 한때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다가 그냥 보통의 상권으로 흘러가고 있다. 홍대․이대뿐 아니라 경리단길, 가로수길, 서촌 등 조금 독특한 볼거리와 먹거리만 있다 싶으면 사람들이 몰리고 상권이 급속히 성장한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대료가 높아지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점이 들어서면서 그곳은 더 이상 독창적인 문화공간으로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15년 이상 홍대 앞에서 예술가 공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씨는 “젊은 예술인들의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열정의 분위기를 지켜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노력 및 제도적 방안 마련 필요
 
지난달 25일 마포구는 9월부터 지역 예술인, 민간단체, 사회적 경제 조직들과 손잡고 홍대 앞 인적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관광 체험 비즈니스모델 구축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홍대 앞 대안관광사업을 위해 마을기업 ‘홍대앞 문화관광여행사’ 설립이 추진된다. 홍대의 문화 가치를 공유·확산할 수 있는 차별화된 관광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지역의 발전과 개발로 인한 이익이 건물주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계와 주민 일자리 등으로 이어질 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 공항철도 역 근처에 있는 ‘어쩌다 가게’를 보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단독주택 건물에 8개의 크고 작은 숍과 공방들이 입주하여 한 마당을 쓰는 일명 ‘쉐어 스토어’ 개념이다. 이곳 임차인들은 보통 5년 동안의 임대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임차인들이 임대인을 향해 착한 건물주가 되어 달라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고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홍대․이대 거리가 생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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