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살아생전 고향에 가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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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아생전 고향에 가 볼 수 있을까?
현장르포 [탐방] 통일을 기대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는 속초 아바이마을을 찾아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08.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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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의 목함 지뢰로 우리 장병 2명이 큰 부상을 입었고 8월 20일에는 북한군의 포격도발 사태가 발생하여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이번 사건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6.25 피난 이후 통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고 있는 속초 ‘아바이마을’의 실향민들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아바이순대 만들어
 
“그 몹쓸 놈들이 지뢰를 놓아서 우리 장병들이 다쳤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저 살아 생전에 고향 갈 가능성은 완전히 없어진 것 같어.” 아바이마을로 유명한 속초 청호동을 찾았을 때 동네 입구에서 만난 이화자(여, 77) 할머니의 한숨 섞인 넋두리다.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3년 후에 함경도 북청에서 어린 나이에 배를 타고 피난하여 이곳 청호동에서 살게 되었다고 말했다. 
속초 아바이마을은 피난민들이 고향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해서 아바이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피난 후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남자들은 고깃배를 타고 어부일을 했고, 여자들은 그 고깃배 그물에서 생선들을 떼어내는 일을 하며 배고픔을 이겨냈다. 그리고 고향에서 잔칫날 돼지를 잡아 대창에 온갖 야채를 넣어 먹던 추억을 더듬어 아바이순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아바이순대마을 지역경제 예전보다 침체
 
청초호를 중심으로 형성된 아바이마을에는 아바이순대, 북청 명태순대, 가자미 식혜라고 쓰인 간판을 내건 식당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8월의 중순, 한창 휴가철이라 그런지 피서객들이 꽤 북적였다. “여기가 진짜 원조예요.” 상인들은 홍보를 하며 손님 맞이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아바이마을이 한창 유명세를 탔을 때와는 달리 요즘은 휴가철이 되어도 사람들이 강릉이나 동해로 가고 속초까지는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에 이곳에도 메르스 여파로 작년보다 관광객이 또 줄었어요”라며 울상이다. 
아바이마을에는 아바이순대 못지않게 유명한 ‘갯배’가 있다. 아바이마을과 속초 시내를 5분 안에 갈 수 있게 해주는 요긴한 교통수단이어서 많은 주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가을동화의 촬영지였던 선착장 옆에는 송혜교와 송승헌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등 먹고 볼거리가 많은 아바이마을이지만 지역경제가 예전보다는 침체되었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이에 지난 5월에는 마을 주민 스스로가 인구감소 등으로 침체되어가는 마을을 꿈과 낭만이 있는 추억의 거리로 활성화시키기위해 매주 토·일요일 주말장터를 개장했다. 주말장터에서는 해산물, 건어물, 아바이젓갈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장터의 흥겨움을 돋우기 위해 색소폰 연주, 알로하 훌라댄스 등의 다채로운 공연도 진행되는 등 아바이마을의 옛 명성을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고향 땅을 다시 밟는 게 꿈입니다”

이제 월남 1세대는 ‘유진이네’ 아바이순대집을 운영하는 김춘성(81세) 할머니가 유일하다. 수소문 끝에 만난 김 할머니에게서 옛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북에서 왔을 때가 그 국제시장 영화 장면하고 꼭 같아요”라며 이야기를 꺼내신 할머니는 피난하여 정착한 이곳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오래된 사진을 한 장 꺼내 보였다. “오래전 남동생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해 북에 있는 형제들을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인데, 나는 가보지 못했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지금도 실향민들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등의 소식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발생한 지뢰도발 과 북한군의 포격 소식은 그들의 남은 한 줄기 희망조차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아바이마을 실향민들은 고향 땅을 다시 밟아보는 꿈을 그리며 고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착하여 오늘날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그리운 고향’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현실로 나타나길 바라며 기자는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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