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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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방한다
기획 [기획취재] 전국 각 도시 셉테드CPTED 도입 증가 추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03.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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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13년 총 범죄 건수는 약 200만 건이며, 그중 살인·강간·강도 등 강력 범죄는 약 3만 건에 달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각종 범죄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도시 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방하는 이른바 셉테드(CPTED)기법을 도입하는 지역이 점차 늘고 있다. 

범죄 줄이려면 먼저 작은 환경 요인을 줄여라 
 
도심의 낙서를 지웠더니 강력범죄율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몰라도 사실이다. 1994년 뉴욕 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는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한 권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도심 속 낙서를 지우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지만 놀랍게도 이후 뉴욕의 강력범죄율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도심 속 낙서를 지운 것과 범죄율이 줄어든 것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정답은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에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처음으로 소개한 것으로,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은연 중에 사람들의 준법의식이 약해져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깨진 유리창과 같이 사소해 보이는 환경적 요인들을 사전에 관리하면 범죄율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뉴욕은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범죄를 유인하는 환경적인 요인을 줄여 범죄를 예방하는 기법을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고 부른다. 
셉테드는 현재 미국은 물론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서울, 경기, 부산 등을 시작으로 전국 각 도시에 점차 보급되는 추세이다.
 

셉테드 도입 이후 관광명소로 변신한 염리동 소금길
 
현재 서울시는 마포구 염리동, 관악구 행운동 등 약 10개 지역에 셉테드 기법을 도입했다. 그중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은 셉테드 도입 이후 범죄율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염리동에 셉테드가 도입된 이후 1년 만에 강도 등 5대 범죄율이 2.91% 감소했으며, 주민들의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13%이상 줄었다고 한다.  
염리동 일대는 가파른 언덕을 따라 좁은 주택들이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고 좁은 골목이 많아 늘 우범지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곳이다. 그러나 셉테드 기법이 도입된 이후 이곳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굽이굽이 형성된 골목길은 파워워킹, 스트레칭 등 다양한 테마가 있는 걷기 코스로 변신했고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과 길 위에 그려진 사방놀이는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포토존이 되었다. 
또 소금길 일대 69개 가로등은 한눈에 들어오도록 노란색으로 칠해졌을 뿐만 아니라 큼지막한 번호까지 부착되어 있어서 위급 상황이 발생한 위치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밖에도 곳곳에 설치된 비상벨과 CCTV가 이 지역의 치안을 더욱 견고히 유지해 주고  있었다.
 
환경 개선에 그치지 말고 공동체 의식 살려야 
 
셉테드가 염리동 소금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셉테드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의미를 공감하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지역 주민들 중 일부는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도 찍고 하는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일부 주민들 중에는 “재개발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왜 이런 걸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셉테드와 더불어 다양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역 주민들의 교류가 활성화 된 따뜻한 마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많은 지자체가 셉테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셉테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전문가들의 말처럼 단순히 환경을 설계하는데서 그치지 말고 셉테드의 의미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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